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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맘충…"아이 키우기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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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몰지각한 부모로 인해 시작된 노키즈존·맘충
'어린자녀 둔 부모=민폐 유발' 인식 확산
"큰 목소리 어른은 방관, 젊은 엄마들에게만 가혹"

노키즈존·맘충…"아이 키우기 서럽다" 노키즈존(출처=cliparts.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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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밖으로 나가주시겠습니까?"


이달 초 출국을 앞두고 국내 항공사 라운지를 이용하던 A씨는 갑작스러운 직원 요구에 당황했다. A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남편에게 맡겨져 있던 4개월 딸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이를 다른 이용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우는 아이를 방치했던 것도 아니고, 10분 정도 울다 그쳤다"며 "직원은 어떤 양해 멘트도 없었고, 주위의 혀를 끌끌 차는 듯 한 시선에 몸이 떨려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고 말했다.


어린자녀를 둔 부모를 '민폐를 유발하는 존재'로 단정 짓는 사회 분위기에 "아이 키우기 서럽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노키즈존(NO kids zone)' 매장 확산과 '맘충'이란 용어의 유행이 잘 보여준다. 노키즈존은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어린 아이의 출입을 막아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부모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맘충은 '엄마(mom)'와 벌레 '충(蟲)'의 합성어다. 주로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아이만 생각하면서 주변에 폐를 끼치는 젊은 엄마들을 말한다.


지난 주말 2살배기 딸과 함께 벚꽃 구경에 나섰던 B씨는 예정 시간보다 빨리 귀가했다. 길을 걷던 중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주변을 지나던 한 행인이 "애가 어리면 집에나 있지 왜 데리고 나와 고생하냐"고 한 말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식당이나 버스ㆍ지하철 등에서도 큰 목소리로 떠드는 어른들이 많지만 유독 어린 아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에게만 가혹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노키즈존·맘충…"아이 키우기 서럽다" 노키즈존과 키즈존을 구별해 표시해 주는 지도 애플리케이션.

또 노키즈존 매장이 늘어나며 어린자녀와 함께 외식하는 데도 제한이 많이 생겼다. 노키즈존은 수년 전 한 엄마가 매장 머그컵에 아이의 오줌을 받아 논란이 된 '스타벅스 오줌컵' 사건 이후 급격히 확산됐다. 이에 노키즈존과 키즈존이 적용된 매장을 따로 표시해주는 지도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2살 딸을 둔 C씨는 "노키즈존 식당이 아니었는데 '어린이용 의자가 없다'며 입장을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며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려면 미리 키즈존을 검색하는 것이 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업주가 '이러이러한 경우에 고객을 내보낼 권리를 갖는다'는 등 내용으로 좀 더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적 금지가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모두를 포용하는 문화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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