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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 당했다”…끝없는 시선폭력, 훔쳐보기,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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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기, 시선폭력, 여성 범죄 도대체 왜 안 끊기나
여성들 “국가가 성차별 방조…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전문가, 일부 남성들 약자인 ‘여성’만 골라서 범행

“여성이라 당했다”…끝없는 시선폭력, 훔쳐보기, 성희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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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한 20대 직장인 A 씨는 퇴근길 불쾌한 일을 당했다. 퇴근길 술집에서 나온 남성 일행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얼굴은 몇 점, 몸매는…….”이라며 ‘시선 폭력’을 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 자리에서 항의하려고 했지만, 혹시 모를 불상사가 우려돼 결국 말 한마디 못하고 집으로 왔다.


# 휴일 영화관을 찾은 20대 여성 B 씨는 옆자리에 앉아 영화가 아닌 자신을 쳐다보는 남성 때문에 결국 영화관을 박차고 나왔다. B 씨는 자신이 밖으로 나오자 자리를 이동하는 남성을 보고 작정하고 ‘시선 폭력’을 저지르러 왔구나 싶었지만 별다른 항의를 할 수 없었다.


# 혼자 사는 여성 30대 여성 C 씨는 최근 암막 커튼을 샀다. 혼자 살다 보니 치안에 늘 신경 쓸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이웃집을 훔쳐보는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마련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후 C 씨는 현관문 잠금장치인 도어락을 새로 교체하는 등 혼자 사는 여성으로 일종의 ‘생존 장비’를 교체 또는 추가하기 시작했다.


# 최근 대학 졸업을 앞둔 여성 D 씨는 택시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입구 거리를 가달라는 말에 택시 기사는 “그럼 오늘 밖에서 자고 오는 거냐”라고 물었다. D 씨는 불쾌했지만,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대답을 하지 않자, 그때부터 택시 기사는 “말이 없는 것 보이 맞다”면서 “요즘 여자들 밖에서 몸을….”이라며 성희롱을 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는 모두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사례화 한 것이다. 이들 범죄의 특징은 강력범죄가 아닌 훔쳐보기, 시선 폭력, 언어 성희롱,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여성을 상대로 주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문가는 해당 범죄들에 대해 분명 여성만 노리고 저질러지는 범죄가 맞다고 강조했다. 또 가해 남성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만 골라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년간 받은 상담 2700여 건 중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에 의한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 등 사례 123건을 분석한 결과 추행이 73%(90건)로 가장 많았다. 장소는 길거리가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범죄 경험 장소는 공중화장실, 술집, 엘리베이터, 놀이터, 가해자 차 등 다양했다.


접수된 사례의 행위자(가해자)는 대다수가 성인 남성이었다. 성인 가해자 중 30~40대 이상의 남성은 18%(116건 중 21건), 10대 남성은 5건으로 4%를 차지했다.


한 실태조사 사례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다가와 가슴을 툭툭 쳤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놈이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 등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이 나왔다.


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은 이들 범죄는 강력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일상에 너무나 만연해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며 폭행과 강간, 살인 같은 폭력 범죄로 변하기도 해 위험성이 있는 폭력이라고 밝혔다.


“여성이라 당했다”…끝없는 시선폭력, 훔쳐보기, 성희롱 사진=연합뉴스


여성들은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관대한 법원 판결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은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앞에서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 성차별 규탄 집회’를 열고 “성별 편파 수사와 판결이 일어나고 있다”며 “당국은 성차별 없는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홍대 미대 몰카 사건’의 범인인 여성 모델에게 실형이 선고된 점 등을 들어 국가가 성차별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조 발언에 나선 문계린 활동가는 “불법촬영으로 여성 한둘이 죽은 게 아니다”라며 “사법행정 전반의 성차별에 반대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 모인 우리는 유족이며 죽은 여자들이 남긴 유언의 집행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나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총 6,364건으로, 2007년 804건과 비교해 10년 새 8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불법 촬영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5.3%에 그쳤다. 또한 벌금형은 72%에 달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몰카 관련 성범죄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전문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선 폭력, 훔쳐보기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남성들에 대해 ‘상대적 약자’만 골라 범행을 하는 인식이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은 상대방이 약자인 여성인 것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즐기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일종의 동물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범행 대상인 여성들 주변에 자신의 범행을 막거나 진행할 수 없는 상황, 예컨대 젊은 남성들, 경찰관, 순찰차 등이 존재한다면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여성의 존재에 대해 자기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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