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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도 안돼, 명퇴도 막아…'인사 출구' 없는 금감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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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정 피했지만…취업제한·경력직 채용 의무화로 상위직 쌓이는 구조
인사 적체 해소 위해 취업제한 및 경력직 채용 규정 완화 검토 필요

이직도 안돼, 명퇴도 막아…'인사 출구' 없는 금감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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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입사 5년차. 일반 기업에선 '대리'급이지만 이곳에선 취업제한, 재산등록 의무가 생긴다. 사실상 이직은 꿈도 못꾼다. 나가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상위직이 쌓여만 간다. 어렵게 팀장 타이틀을 달고 나면 그 때 나이는 48세(지난해 승진자 평균 연령 기준). 앞으로는 50세 전에 팀장을 다는 것조차 갈수록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원의 현주소다. 30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앞으로가 가시밭길이다. 3급 이상 직원 비중을 현재 43%에서 5년 내에 35%까지 줄여야 하는데, 인위적인 승급 제한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역설적인 것은 금감원의 인사 적체가 그동안 금감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주문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라는 데 있다. 업계와의 유착, 비리 의혹으로 금감원이 통제를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늙어가는' 조직을 슬림화시키기 위해 취업제한, 경력직 채용 규정 완화 등 근본적인 해법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향후 5년 동안 3급 이상 직원을 총 110명 안팎 줄여나갈 방침이다. 5년 후에는 전체 임직원 수가 줄어드는 만큼 매년 20명 이상 줄여나가면 오는 2023년에는 3급 이상 직원 비중이 35% 수준으로 내려 올 것으로 추정된다.

3급 이상 직원수를 감축할 유일한 방법은 승급을 막는 것 뿐이다.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취업제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공직자윤리법상 금감원은 입사 5~7년차인 4급 선임부터 유관기관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금감원 전체 직원의 80%가 취업제한을 받는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부서장인 2급 이상 직원(전체 직원의 15% 미만)부터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는 것에 비춰보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감독ㆍ검사 전문 인력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해 선제적으로 금융회사 시스템 개선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이직도 안돼, 명퇴도 막아…'인사 출구' 없는 금감원 직원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발생시 전직 금감원 간부들의 유착 의혹으로 총리실이 3, 4급 직원들의 재취업까지 틀어막은 결과다. 당시 총리실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력직 비중도 20%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정부 지적에 따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지금 정부가 문제삼는 인사 적체로 이어졌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진입 직원을 대상으로 한 금융 공기업의 명예퇴직 실시에도 기재부가 미온적인 반응이라 마땅한 퇴로가 없다.


전문가들은 비대해진 금감원을 슬림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위적인 승급 제한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직 비대화를 지적하며 해마다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으로 금감원을 압박하는 것도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크게 흔들어 결과적으로 금융시장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점 감독기구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지만 금감원에 대한 통제 강화시 감독 기능이 보수적으로 흐르고 유연성을 상실해 금융산업 발전을 막을 수도 있다"며 "금감원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과 함께 취업제한 완화 등을 동시에 추진해 금감원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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