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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거부 梁 "기억나는 대로 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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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前대법원장 檢 출석
"편견없이 공정하게 소명되길"
檢은 진술 끌어내기 집중

포토라인 거부 梁 "기억나는 대로 답할 것"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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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으로 7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을 맞았다. 검찰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신분이 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11일 예정보다 20여분 빠른 오전 9시 7분경 검찰 포토라인을 지나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수사를 총 지휘하는 한동훈 3차장 검사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진 후 15층에 마련된 특별조사실로 이동했다. 조사범위와 분량이 워낙 방대하지만 심야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저녁 늦게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주말 동안 출퇴근식 조사가 이어진다.


검찰은 40여개에 이르는 혐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범죄사실로 판단되는 '일제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부터 진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정황증거가 가장 많이 드러난 사건인 데다 관련인들의 진술도 다수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단성한ㆍ박주성 부부장 등 실무를 맡고 있는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신문을 하고, 신봉수 특수1부장은 진척 상황을 확인해가며 조사를 지휘한다.

검찰은 우선 양 전 대법원장과 구체적 법리논쟁을 벌이기에 앞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진술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2012년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양 전 대법원장이 뒤집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가 이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해 청와대 의중에 호응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사건 주심을 맡은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판결 확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직접 전한 사실이 있는지, 또 이와 관련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리인 당사자들과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시도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무위로 끝났다.


검찰청 포토라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잘못이 없으니 검찰 포토라인에 설 이유가 없고 검찰의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또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으며 사건에 관련된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심에 반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는다"면서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장으로서 양심에 어긋나게 직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사법농단 수사에 검찰의 선입견이 들어가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사법농단 혐의로 가장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변호인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여론몰이에 의해 이미 피고인이 여론의 법정에서 심판 받아버린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과 맥이 통한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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