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빙하, 예년보다 2배 빠른 속도로 감소
2050년경 빙하 사라질지도... 황하, 양쯔강, 메콩강 등 수원지 사라질 위험
동아시아 홍수, 폭염, 혹한 등 각종 기상이변의 원인... 북극곰보다 사람이 먼저 죽을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동아시아 20억 인구의 식수원인 중국 티베트 빙하가 지구온난화 여파에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베트 빙하는 중국의 황하, 양쯔강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 미얀마와 인도서부, 방글라데시의 주요 수원인 브라마푸트라강의 발원지다. 이곳의 빙하가 현재 속도대로 녹아 완전히 없어질 경우, 2050년경 20억 인구가 기대어 사는 이 거대한 강들이 말라붙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남극과 북극빙하 축소보다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홍콩 밍(明)보 등 외신들에 의하면, 19일(현지시간) 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결과, 중국 서부 고원지대의 빙하들이 예년보다 2배 이상 빠른속도로 녹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린피스가 분석한 사진은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톈산(天山) 1호 빙하의 모습으로, 2001년에 비해 올해 빙하 면적이 11.7%나 작아졌다. 중국 서부 고원지대 전체 빙하는 매년 700억m³ 정도가 녹아내리고 있으며, 이는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처럼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아내린다면, 2050년경 빙하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엄청난 환경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베트 빙하는 중국의 황하, 양쯔강은 물론 메콩강과 브라마푸트라강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거대 하천들의 발원지기 때문이다. 이 강들은 동아시아 전역에 살고 있는 2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돼있다. 지금까지는 일정하게 기온이 유지되면서 적정량이 여름에 녹고, 겨울에 매년 눈을 통해 4만5000개 이상의 빙하들이 새로 형성되면서 순환체계가 유지됐지만, 현재처럼 너무 빠른 속도로 녹으면 순환이 깨질 수 있다.
이로인해 남극, 북극 빙하보다 고원지대의 빙하 감소 문제는 주요 환경단체들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도 2000년대 이후 고원지대의 빙하를 남극과 북극 빙하에 이어 '제 3의 극지대'라고 부르며 물부족 사태와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지구상의 빙하 중 이 고원지대 빙하들의 비중은 약 8%에 이르며, 이 빙하들 대부분은 대도시나 국가들의 생명을 지탱하는 국가하천들의 주요 수원지다.
특히 중국 티베트 빙하는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생존과 연결된다. 티베트 빙하의 면적은 약 5만1800km²에 이르며, 전체 중·저위도 지역 빙하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빙하의 양을 줄이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은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티베트 개발로 알려졌다. 중국은 티베트에 대한 유화정책 중 하나로 한족들의 티베트 정착 독려는 물론 대대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에서 티베트의 주도인 라싸까지 연결되는 '칭짱철도(靑藏鐵道)'가 개설된 이후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한 기후 재앙은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브라마푸트라강 상류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근처 인도 동부지역에 홍수가 발생,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지난해 8월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야르칸드강 유역에서도 홍수가 발생했다. 한반도에 폭염기간이 계속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여름에 티베트 빙하가 너무 많은 양이 녹아내리면서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티베트고기압의 세력이 예년보다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점점 북극곰이 살 곳을 잃는다던 감성적인 문제에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로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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