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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의 미제수첩]②대학 시험 문제지 유출 파문, 누가 유출했나

수정 2018.11.16 16:24입력 2018.11.16 16:00

1992년 1월21일 서울신학대학교서 문제지 유출
교육부 장관 중앙교육평가원장 해임
시험 문제 출제부터 다시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문제지 유출한 진짜 범인 어디에

[한승곤의 미제수첩]②대학 시험 문제지 유출 파문, 누가 유출했나 사진=MBC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수능일이면 늘 따라붙는 ‘대입학력고사 문제지 유출 사건’을 다시 조명해본다.

이 사건이 수능일마다 회자되는 것은 초·중·고 노력의 결과를 단 한 순간에 쏟아,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불거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은 물론 관계자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셈이다.


사건은 26년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1982학년도부터 1993학년도 대학입시까지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교육제도였다.

학력고사는 지금의 수능과 다를 바 없어 문제지가 유출되는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당연히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지 유출 사건은 후기 대입학력고사를 하루 앞둔 1992년 1월 21일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보관 중이던 시험지 상자가 뜯긴 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뜯긴 시험지 상자는 21일 오전 7시40분께 대학 구내를 순찰 중이던 당직 근무자가 발견했다. 이 근무자는 본관 1층 전산실 출입구에서 봉인이 뜯어지고 문제지 상자가 파손된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의 미제수첩]②대학 시험 문제지 유출 파문, 누가 유출했나 사진=MBC


◆ 문제지 유출 직후 어떤 일 있었나…사건 일파만파 확산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장 후기 대입학력고사 날짜가 연기됐다. 21일로 예정된 예비소집을 위해 올라와 있던 수험생들은 헛걸음을 치고 되돌아가야 했다.


일부 후기 대학의 경우 학교 주변의 중·고교를 고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시험일이 중·고교 개학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입시 당일 이들 중·고교의 휴교가 불가피하게 되는 등 그 후유증이 중·고교에까지 확대됐다.


무엇보다 시험 문제 출제부터 다시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전국 각 대학에서 보관 중인 문제지를 긴급 회수해 파기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시험은 약 20일 후인 2월10일에 치러졌다.


사회가 발칵 뒤집힌 이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다. 먼저 교육부 장관과 중앙교육평가원장이 해임됐다. 22일 학력고사 실시와 함께 연금 상태에서 풀려날 예정이었던 학력고사 출제위원들은 20일을 더 붙잡혀서 문제를 다시 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발생 2일 만에 시험지를 훔친 범인이 밝혀졌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사건 당일 본관 경비를 맡았던 경비원 A 씨로 밝혀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숙직실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혼자 일어나 전산실로 들어가 문제지를 빼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A 씨는 범행 직후 훔친 문제지를 주머니에 넣고 근무하다가 큰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문제지를 모두 태워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 그는 친구의 딸이 당시 서울신학대에 지원했는데, 친구의 집이 너무 가난해 친구 딸이 시험을 잘봐서 장학금을 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대해서는 자신이 혼자 벌인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한승곤의 미제수첩]②대학 시험 문제지 유출 파문, 누가 유출했나 사진=연합뉴스


◆ A 씨 단독범행 진술한 B 씨, 스스로 목숨 끊어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 중 새로운 반전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른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과거 다니던 직장에서 횡령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고소로 범죄사실이 알려져 도피 생활을 이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당시 서울 신학대의 경비과장이었던 B 씨가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 씨가 단독범행을 주장한 지 6일 만인 1월29일이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비원 A 씨가 친구 딸을 위해 입시원서를 대신 접수했었다고 말했고, 이 진술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사건은 경비원 A 씨가 과연 실제 범인이 맞는가에 대해 흘러갔다. A 씨의 자백에는 신빙성의 문제가 있었고 그가 진술한 범행동기도 납득하기 어려워, 결국 검찰은 1월31일, 일단 A 씨의 과거 범죄인 횡령 혐의만 가지고 별건으로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시험지 절도 부분에 대해 추가 기소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1992년 7월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경비원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피고인이 시험지도난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나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횡령부문에 대해서만 판결한다. 피고인의 횡령부문에 대해서는 금액이 많지 않고 개인이득을 위한 범행이 아니므로 이같이 선고한다.”


이후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남았다. 사실상 미제사건이 된 셈이다.


한편 ‘동아일보’에 따르면 A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경기도 내 모 기도원으로 가서 한 달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이후 부천 시내의 가구공장에 취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B 씨 가족들은 학교 관사를 떠났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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