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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그레이존(gray zone) - ‘소속 불명’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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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그레이존(gray zone) - ‘소속 불명’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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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세상에 어떤 보상도 없음을 확실히 안 사람”이며 “4색 당파로 갈라진 조정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위대하다”고 해석했다. 당파성에 매몰된 사람의 시야엔 현실의 올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으므로 오히려 이순신은 전란 속 조선의 현실을 냉철히 판단해 움직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관직 생활 대부분을 시련 속에서 버텨내야 했다. 근대사회 이후 위정자들이 보다 편리한 통치를 위해 전통을 만들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소속감을 고취하며 자신들의 권위를 구축해 나갔음을 생각해보면 이순신 장군의 중립적 태도를 두고 누구도 회색분자라 비난하진 못할 것이다.


그레이존(gray zone)은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집단 또는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그 연원을 파고 들어가면 전략무기인지 전술무기인지 판단하기 힘든 무기를 가리키는 ‘회색무기(gray zone weapon)’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어느 초강대국의 세력권에 속해있는지 규정할 수 없는 지역을 두고 그레이존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지역으론 중동이 지목된다. 갈수록 깊어지는 양분법의 사회풍토 속에서 중립적 입장 또는 상황은 곧장 기회주의로 귀결되곤 하지만, 사람은 회색분자로, 지역과 집단은 그레이존으로 규정하는 사고 저변의 만들어진 소속감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소속감일까? 사실에 대한 의심과 회의 끝에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이르고 나면 가상의 공동체가 펼치는 정쟁의 의도와 목표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점령해야 할 정복지인가, 갈등 사이의 캐스팅보트인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그레이존은 어디에 있는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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