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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리정책을 읽는 세가지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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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리정책을 읽는 세가지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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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책금리가 2017년 11월 1.25%에서 1.50%로 인상된 것을 제외하고는 2012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그간 경기와 물가 등 경제 상황은 많이 변했고, 최근 들어서는 통화 정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중 중요한 것 세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미국이 지난 6월13일 정책금리를 1.75~2.00%로 올렸다. 금년 들어 두 번째 인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은 금년 하반기에 금리를 2번 더 올리고, 내년에도 3번 정도 추가 인상할 것이라 한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더 커지고 장기화될 수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단기간에 그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둘째,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데다 성장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통화 정책의 법상 일차 목표가 물가 안정이고, 다음이 금융 안정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도 도외시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한국의 괜찮은 일자리 부족은 직업 간의 과도한 보상 격차 등과 구조적 문제에 주로 기인해 통화 정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부동산시장이 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부동산 부문에 대한 제도적 우대와 신용 공급 확대 등으로 부동산 가격은 인구 구조 변화와 경기 등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에 비해 크게 올랐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고 해도 부동산시장의 활황세는 끝날 수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자연의 섭리가 부동산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제로 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잘못하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수렁 속에 빠져들 수 있다. 여기에다 통화 정책의 중립성이 오랫동안 훼손돼온 점도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한국은 개발 시대 이후 우리 돈의 상대적 가치를 떨어뜨려 성장과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써왔다. 즉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격을 올려 경기를 부양해온 것이다. 1969년 이후 최근까지 50여년간 한국 소비자물가는 약 21배 올랐는데, 독일과 일본은 3배 정도, 미국은 6배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의 대미(對美) 환율은 1969년 300원 정도에서 최근 1100원으로 4배 가까이 상승해 우리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과 독일의 대미 환율은 대략 3분의 1 이하로 떨어져 돈의 가치가 상승했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신뢰할 만한 장기 통계가 없지만 소비자물가보다 크게 올랐을 것이다.


이렇게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경제 주체 간의 이익과 손실이 엇갈린다. 물가가 상승하면 은행에 예금을 한 사람이나 채권자는 손해를 보고, 대출을 많이 쓴 기업과 사람은 이익을 본다. 환율 상승은 수출업자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수입품을 사용하는 다수 소비자에게는 손실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당연히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익이지만, 무주택자나 열악한 지역의 1주택자에게는 손실이다. 한국의 통화 정책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오랫동안 편파적이었다. 차입자, 수출업자, 부동산 보유자는 이익을 보고 예금자, 소비자, 무주택자는 손해를 봤다. 수출과 건설투자가 늘어 성장률은 더 높아졌겠지만 소득 불평등과 불공정 심화, 경제 정의 훼손 등의 문제가 생겼다. 또한 이것이 현재 내수 위축을 통한 성장세 둔화와 괜찮은 일자리 부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통화 정책은 가능한 한 경제 주체들의 이익에 중립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논리적 근거일 것이다. 통화 정책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기본적으로 돈의 양을 잘 관리해 돈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주체들이 통화 정책 때문에 부당하게 손실을 보지 않게 해야 한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통화 정책이 이러한 원칙에 맞춰 운영된다면, 한국 경제가 조금은 좋아지고 정책금리 결정도 쉬워질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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