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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형님 정치, 아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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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29일 국회는 여론의 분노 앞에서 몸을 낮췄다. 국회는 이날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286명의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121표, 반대 156표로 부결이었다.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은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인 15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기대를 받는 상황이었다.


소수정당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여당에 국회 의석을 몰아줬으니 기대감은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7대 국회 첫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의원 중 30명 이상이 박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혁을 향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17대 총선 이후 첫 번째 전국 단위 선거인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한 이유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인천·경기 66개 시장·군수·구청장 선거에서 단 1명의 당선자만 배출했다. 분노의 표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결과다. 국회는 이런 교훈을 잊은 것일까.

[초동여담] 형님 정치, 아우 정치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동료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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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을 살펴보면 구태의연한 그들만의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은 고향 선후배, 학교 선후배 등 다양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다양한 형태의 '읍소 작전'이 동원된다. 때로는 정에 이끌린 표결이 이뤄진다. 이른바 '형님 정치, 아우 정치' 전략의 노림수다.


역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여론의 예상과 다른 결과로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촛불 정신'을 토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여당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염동열·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여당(더불어민주당)에서 2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법적인 양심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졌을까. 아니면 형님 정치, 아우 정치 메커니즘의 결과물일까.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고해성사에 답이 있다. 여당이 14년 전 '박창달 사건'의 후폭풍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번 표결을 지켜보며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일이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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