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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운명적으로 뭐 하나하면 롱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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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연극무대 서는 배우 최불암

"파~" 운명적으로 뭐 하나하면 롱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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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지금 하는 밥상(KBS '한국인의 밥상')도 8년째인데 운명적으로 뭐 하나 하면은 롱런이야. 파~(웃음)."

최불암(78) 씨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1993년 '어느 아버지의 죽음'에 출연한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1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이다. 최씨는 17일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삶의 가치나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다리 몽둥이가 부러진들 어떠랴'하는 각오로 무대 위에 섰다"고 했다.


최불암 씨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진지하고 솔직하게, 때로는 긴장한 모습으로 생각을 말했다. 그는 대중에게 '수사반장'(1971~1989)으로, '전원일기'(1980~2002) 속의 아버지로 기억된다. 요즘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리 음식을 알리는 '푸근한 할아버지'다. 한때는 '최불암 시리즈'라는 재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했다. 하지만 그의 본질이 배우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컸다.

"사실 내 나이는 연극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지나쳤다. 무대 계단 오르기도 힘든걸. 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나이가 드니 자꾸 대사를 잊어버린다. 몇 초만 어긋나도 문제가 생기는 무대 위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을까. 스무 살, 서른 살씩 차이 나는 후배들과 호흡할 수 있을까. 연극이 진행되는 보름 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이 고민이었다."


최불암 씨는 "어제 '한국인의 밥상'을 촬영하면서도 계속 이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작품이 지닌 힘이 그를 무대로 잡아당겼다. 김민정 씨가 쓴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2016년 초연한 '아인슈타인의 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최씨는 초연 당시 이 작품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별은 누구나 겪는 아픔 속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배우를 떠나 인생 선배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저마다 힘든 사연을 간직한 등장인물들을 "별은 바로 여기, 우리에게 있다"며 위로한다. 최씨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즐겁게, 사는 맛을 살리며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걸 보고 '이 연극을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최불암 씨는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백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내 나이 곧 여든이다. 아주 노인 역할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 '이게 고별 작품이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이 작품이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란 느낌은 든다"고 고백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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