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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미투 캠페인, '사회 혁명'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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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얼마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 사회는 참 대단하다"고 감탄했었다. 열에 아홉은 대학에 들어 가고, 고급 브랜드 아웃도어를 입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중국 인구의 30분의1 밖에 안 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훨씬 더 많이 땄다. 문화ㆍ예술ㆍ스포츠ㆍ과학ㆍ비즈니스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인자들이 나온다. 일반 한국인들조차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도 더 열심히 오래 일하고, 서로 경쟁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다. 능력이나 열정, 노력 등 한국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국가라는 얘기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최근 대세가 된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감탄, 아니 탄식하게 된다. 최고의 사회적 권력 기관인 검찰의 한 여검사가 미투 캠페인의 문을 열 때만 해도 충격적이었다. 대외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진 엘리트들의 집단 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왜곡된 시선은 여전하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이후 고매한 인품과 예술적 감성을 소유했다고 '믿어지는' 문단ㆍ연극계 등 문화계로 번지더니 급기야 차기 대선 유력 후보와 관련된 메가톤급 폭로가 나왔다. 한동안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미투가 가장 진보적인 형태의 사회 운동, 일종의 사회 혁명이라는 시각에 동의한다. 인종, 사상, 계급간 차별을 없애려는 투쟁이 마침내 최후의 장벽인 성적 차별 철폐로까지 확산됐다. 그동안 문제 제기나 폭로가 나와도 유야무야됐던 성폭력 문제가 이번 만큼은 사회 환경과 사람들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촛불 시민 혁명으로 확산된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가 일상 생활의 변화 즉 진정한 삶의 자유를 촉진시키는 '생활 혁명'으로 발전한 것이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김어준씨 등에 대한 일부 허위 폭로는 혼란을 부추기는 한편 미투 캠페인의 진정성과 가치를 훼손시킨다. 최영미 시인의 '일부를 가린' 폭로도 의문이다. 왜 그녀는 본인의 글과 입으로 '고은'이라는 말을 내뱉지 않는 걸까. 두 번째 폭로에서 내놓은 '서울 종로구 한 술집'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해당 술집 여주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근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지만 최 시인의 반응은 아직 없다. 여기에 피해자가 신원을 드러낸 후 발생하는 2차 피해 문제도 심각하다. 가해자가 아닌 그 가족들에게 조차 떼로 몰려가 언어폭력을 퍼붓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미투 캠페인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촉진하고, 아직 남아 있는 권위주의ㆍ권력 남용ㆍ갑질 등의 고질적인 악습을 철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허위ㆍ장난이나 의도가 엿보이는 식의 폭로는 지양해야 한다. 진실에 입각한 사회적 공론화, 2차 피해 예방이 필요하며 지나친 연좌제식 공격 등은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수백년간 유럽ㆍ서구 사회를 부러워하기만 하던 한국 사회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역사적 계기로 만들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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