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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당면과 잡채의 적절한 관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8초


갖가지 채소와 버섯, 고기를 채 썰고 볶아서 당면을 삶은 후 간장으로 버무려 볶아 놓은 재료를 넣어 버무려진 음식을 ‘잡채’라고 한다. 자세히 적힌 레시피가 아니어도 그 이름만으로 복잡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잡채는 1인분씩 요리하거나 간단히 먹는 음식보다는 명절이나 잔칫날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여긴다.


잡채의 ‘잡(雜)’은 ‘섞다, 모으다, 많다’는 뜻이고 ‘채(菜)’는 ‘채소’를 뜻하니 여러 가지 채소를 섞은 음식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이 기록되어 있는 고서에도 잡채가 나오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오늘날의 잡채와는 좀 다르다. 갖가지 채소보다는 당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끔은 당면을 잡채라고 불러도 통하게 될 만큼 잡채에서 당면은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이름에서 당면은 중국에서 온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이 먹었던 당면은 고구마나 감자의 녹말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19세기 말에 들어왔고 1900년대 들어 근대적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중국식당들이 생기고 그 곳에서 맛보게 되었던 요리들에 당면들이 사용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당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최초의 당면 공장이 황해도 사리원에 생겼고 그 이후로 당면 공장이 전국 각지에 들어섰다.

당면이 많이 생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식탁에서도 당면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채소가 주재료였던 잡채에도 당면을 넣은 잡채들이 만들어지면서 ‘당면 잡채’가 우리나라 음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는 고급 한정식부터 동네 백반집까지도 당면 잡채가 일반화되어 당면이 오히려 주재료가 되고 채소와 고기, 해산물 등이 부재료가 되어 당면으로 통일된 잡채도 종종 만나게 된다.


갖가지 재료들이 개성에 맞게 양념되어 부드럽게 익혀지고 간장, 설탕의 적당한 맛을 입은 당면이 어우러져 다양한 맛과 화려한 색감으로 당면 잡채는 우리 식탁에서 공식적인 메인요리가 되었다. 당면과 잡채의 적절한 비율이 유지될 때 더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진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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