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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호크아이(Hawk-Eye)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오상도 정치부 차장] '호크아이'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뛰어난 궁수다. 다양한 특수 화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금발의 영웅으로 묘사된다.


190㎝ 큰 키와 100㎏ 넘는 몸무게를 지닌 이 거구는 1964년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마블 코믹스'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로, 쾌활한 성격이 특징이다.

같은 이름의 사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기경보기 'E-2 호크아이'와 경량 자주포 '호크아이'다. 모두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녔다. '매의 눈(鷹視ㆍ응시)'으로 풀이될 호크아이의 대명사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테니스의 로봇심판이 있다. 정식 명칭은 '다중카메라 기반 비디오 판독 시스템'. 2006년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경기에 첫 도입된 뒤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내왔다.

핵심은 코트 천장 곳곳에 배치된 10~14대의 초고속 카메라들이다. 이를 활용해 라인 근처의 공이 인(In)인지 아웃(Out)인지 판독해 낸다. 오차 범위는 3㎜ 이내다.


ATP는 애초 호크아이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한 선수가 호크아이에 의존한 판독(챌린지)을 요청할 수 있는 횟수도 세트당 3회로 묶었다. 심판과 대회의 권위에 흠집을 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4대 메이저인 프랑스오픈에선 지금도 호크아이가 아닌 인간 심판에게 최종 결정권을 부여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이런 ATP가 오는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21세 이하 왕중왕전에서 이 로봇심판을 무제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스포츠계는 긴장하고 있다. 심판 10명 중 9명이 선심인 테니스에선 특히 그렇다.


정작 이런 변화의 물결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다른 분야에 널린 듯하다. 대표적인 곳이 정치다. 당장 여의도에 있는 300명의 위정자(爲政者)들은 가성비 좋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대체될 개연성이 크다. 터치 몇 번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또 어떤가.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간접 민주주의를 왜곡해온 이들은 백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사결정 과정은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지금 한반도는 독일 사회학자 고(故) 울리히 베크가 지적한 전형적 위험사회와 닮아 있다. 도덕성과 윤리를 기반으로 기계적 판단을 벗어난 인간냄새 풍기는 정치를 기대해 본다.



오상도 정치부 차장 sdo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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