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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찬밥③]집 근처 대형마트 문 닫으면 교외 복합몰로…"애들 데리고 시장 못가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0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도입 5년…중소상인·골목상권 보호됐을까
"근처 대형마트 문 닫으면 다른 곳으로…여의치 않을 땐 온라인 구매"


[소비자는 찬밥③]집 근처 대형마트 문 닫으면 교외 복합몰로…"애들 데리고 시장 못가요" 의무휴업을 알리는 한 대형마트.<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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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이현석(37), 김명진(34)씨는 거의 매 주말 대형마트를 찾는다. 어린 두 자녀를 위한 한 주 간의 먹을거리를 사고, 생활용품이나 옷가지 쇼핑도 한다. 주로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데, 최근에는 한 달에 두 번 꼴로 교외를 향한다.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가 주말에 두 번씩 문을 닫기 때문이다. 10여분만 더 달리면 도착하는 경기도 복합쇼핑몰이나 주중에 쉬는 대형마트로 쇼핑 장소가 이동했을 뿐, 차를 끌고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장을 봐야 하는 이들 부부는 시장을 이용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온라인 구매로 대신한다.



올해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을 도입하는 영업규제에 나선 지 5년이 지났지만, 당초 취지였던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는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와 그 주변 상권, 가까운 전통시장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소비는 대체로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최근 국회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과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국회경제재도약 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출점규제 및 의무휴업 규제효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소비자는 찬밥③]집 근처 대형마트 문 닫으면 교외 복합몰로…"애들 데리고 시장 못가요"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전통시장, 개인슈퍼마켓은 소비금액만 놓고보면 의무휴업 규제가 진행될수록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형마트 소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도입 전인 2010년보다 6.4% 감소했고, SSM 소비증가율은 -1.3%, 전통시장 -3.3% 그리고 개인슈퍼마켓이 0.1% 등이었다.


특히 대형마트 이용 고객 중 당일 주변 점포 이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반경 1㎞ 이내의 음식점을 40.17% 이용하며, 편의점 9.84%, 슈퍼마켓 4.38%(대형마트 및 SSM 제외), 커피전문점 2.44%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는 주변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또 대형마트 출점 이후 전통시장 고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출점 이후 전통시장 전년도 고객을 100명으로 볼 때, 전통시장 고객 4.91명이 대형마트로 이동하지만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신규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14.56명으로 오히려 전통시장에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초기에는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한 반면 전통시장이나 개인 슈퍼마켓의 매출이 증가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통시장이나 개인 슈퍼마켓의 성장률은 계속 감소했다. 그간의 소비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지역 통계로 알기 어려운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찬밥③]집 근처 대형마트 문 닫으면 교외 복합몰로…"애들 데리고 시장 못가요"


대형마트 반경 3㎞ 이내 슈퍼마켓의 전년대비 성장률을 살펴본 결과 2011년에는 17.66%였으나, 2012년에는 10.49%, 2013년에는 7.54%로 지속 감소하다 식자재마트가 증가한 2015년에는 18.19%로 잠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2.99% 역신장해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505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지난 2월 23.4%, 3월 21.4%, 4월 21.3%, 5월 20.7%, 6월 18.9%, 7월 15.4% 등을 기록했다.


서 교수는 "의무휴업일은 득과 실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소비 축소는 농민 및 납품업체의 매출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각에서의 대형마트 및 SSM과 중소상인의 상생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의 소비위축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및 SSM의 휴일 규제보다는 중소상인의 경쟁력 강화 및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자영업자 단체들도 이 같은 분석에 공감,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함께 "대형마트 휴무 규제가 실질적인 골목상권 살리기 효과는 없었다"며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 외식업중앙회 등 300여 중소자영업자 단체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주말 의무휴무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대기업 유통사업자와의 진정한 상생을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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