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자회담 대표 평양행‥ 교착 상태 변화 주목

조셉 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석방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이 고위급 물밑 접촉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의 석방을 확보했다"면서 "웜비어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 중"이라고 밝혔다.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지난해 3월 북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이후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웜비어는 재판 이후 보톨리누스 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렸고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 상태에 빠졌다.

웜비어의 석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북미간에 깊숙한 물밑 대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웜비어 석방을 위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2일 두명의 의료진과 함께 미군 의료용 특별기를 이용해 평양에 들어갔다.

윤 특별대표는 이번 평양 방문에 앞서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 이어 지난주 뉴욕에서도 잇따라 북측과 사전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웜비어의 석방과 함께 북한에 억류 중인 김학송씨 등 3명의 미국 국적자에 대한 영사 접촉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이번 웜비어 석방 교섭에 트럼프 대통령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직접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웜비어의 의료 후송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석방을 보고 받은 뒤에는 “웜비어를 잘 보호해 후송하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따라 웜비어 석방을 둘러싼 물밑 접촉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다만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예기치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웜비어의 혼수상태가 북한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학대에 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북미간의 새로운 악재로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차단과 함께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이나 단체를 제재하기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추진중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을 확실히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고강도 압박을 당분간 병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