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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은 위험해"…출근길 마스크부터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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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재앙' 미세먼지가 바꿔놓은 대한민국 일상

"집 밖은 위험해"…출근길 마스크부터 챙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문호남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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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수준을 띌 것이라는 12일 일기예보에 서울 거주 직장인 정모(45)씨는 잠에서 깨자마자 창문을 통해 하늘을 확인했다. 출근길에는 일회용 마스크도 여러 개 가방에 넣었다. 정씨는 "요새 미세먼지 때문에 아침마다 밖을 내다보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인사말부터 달라졌다. 지난 10일 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혀 푸른 하늘이 보이자 "오늘은 하늘이 맑네요"라는 인사가 광화문 인근 식당, 카페 등 여러 곳에서 들렸다. 직장인 이진형(30)씨는 "매일 흐린 하늘만 보다가 오랜만에 깨끗한 하늘을 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며 "직장 동료들도 출근하자마자 '하늘 봤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얘기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은 미세먼지에 더욱 민감하다. 많은 부모들이 휴대전화에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을 여러 개 다운 받아놓고 확인한다. 하나만 볼 경우 미세먼지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지역 맘카페 등에는 '우리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수시로 올라온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이트는 못 믿겠다며 일본, 미국 등의 사이트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PM10)의 '나쁨'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는 50㎍/㎥로 보고 있지만 환경부는 100㎍/㎥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로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은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보니 4살짜리 아이도 "엄마 오늘은 미세먼지 괜찮아?"라는 말로 밖에 나가고 싶다는 속마음을 대신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정모(37)씨는 "아이가 이런 말을 하면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가끔 날씨 좋을 때 놀이터에 나가면 '미세먼지 때문에 둘째 낳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이집 중에서는 '공기청정기 보유'라는 문구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보육기관에 공기청정기를 놓는 게 의무가 아니어서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카페에선 1월부터 보육기관과 교육기관의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에 관한 서명을 받고 있다.


마스크는 이제 일상 생활용품이 됐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 3~9일 기준 마스크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410% 증가했다. 황사마스크는 451%나 올랐고, 코 안에 넣어 외관상 크게 드러나지 않는 코마스크 또한 150% 늘었다. 신선한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휴대용 산소캔도 209%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를 사는 사람들도 줄을 잇는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3월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대비 47% 올랐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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