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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공시'에 혹 하다 훅 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3초

계약해지 및 백지 공시 빈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증시에 공급계약 해지 공시 주의보가 떴다. 한미약품이 1조원대 기술계약 해지로 시장에 충격을 준 것처럼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를 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단일판매ㆍ공급계약 해지 공시 건수는 총 45건으로 집계됐다.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선알미늄, 도화엔지니어링, 유나이티드제약 등 3개사와 코스닥시장에서 엘아이에스, 리젠 등 2개사가 계약 해지 내용을 알렸다. 대규모 계약 해지는 곧장 주가 하락으로 연결됐다.

남선알미늄 주가는 2014년 매출액의 7.23%에 해당하는 247억원 규모 계약 해지 건으로 주가 하락행진을 지속 중이다. 지난달 7일부터 계약 해지 공시가 나온 지난 28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주가가 미끄러졌다. 회사측은 "계약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약금의 10%에 해당하는 선수금조차 받지 못했다"며 "선수금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잘 되지 않아 결국엔 계약을 해지했고, 이로 인해 신규 계약으로 인한 매출 확보는 커녕 약 2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유나이티드제약 역시 2013년에 맺은 380억원 규모의 개량신약 공급계약이 계약상대의 일방적인 의사로 최근 계약해지 됐다는 소식을 알린 직후 주가가 이틀 동안 10% 넘게 하락했다. 계약금액이 지난해 매출액의 23.7%에 해당하는 대규모여서 투자자들의 충격이 컸다.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체결 공시의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의 향후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호재성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가 된 엠제이비가 최근 매출액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공급계약 공시를 자주 수정하면서 말을 바꾼 것처럼 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계약이 있었다는 것만 공시할 뿐 계약 상대방과 규모를 밝히지 않는 일명 '백지 공시'의 극성도 계약 공시만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 들어 아이씨디, AP시스템, 쎄미시스코, 선도전기, 영우디에스피, 동양철관 등이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요청'을 이유로 백지 공시를 내보냈다. 백지 공시의 공백은 보통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일정시간이 지난 이후 채워지기 때문에 각종 루머와 정보왜곡에 의존한 추측성 매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쎄미시스코의 경우 지난 9월 백지 공시 직후 대규모 계약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11% 넘게 올랐지만 이 때 투자한 투자자들은 52주 신고가 1만4250원을 찍은 날 '상투'를 잡는 꼴이 됐다. 현재 주가는 1만1000원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


다만 일각에서 불고 있는 악재성 공시의 자진신고 분위기는 투자자들에게 미리 주의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 3개 제약사가 임상 연기 및 중단, 해외 공급 계약 해지 등을 스스로 공개했다.


지난 27일 장 마감 후 자율공시를 통해 퇴행성디스크 치료제의 임상 중단소식을 알린 유한양행은 굳이 공시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자율공시로 시장에 알린 배경에 대해 "전반적인 업계의 분위기와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등의 정황이 고려된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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