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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입법부도 배심원제로 바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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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입법부도 배심원제로 바꾼다면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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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 좀 제대로 하자”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 자체는 지극히 타당하지만, 실제 쓰이는 맥락에서 그 말은 주권재민과 시민의 참정권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한낱’투표행위로 평가절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선거라는, 소란스럽고 작동 방식이 심히 의심스러운 절차를 통해 선출된 권력자가 시민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고교동창생 혹은 같은 교회 사람들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자신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되었으므로 독재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항변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이런 사고는 독재정부라도 선거를 통해 들어섰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패배주의를 낳거나, 선거를 통해 집권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선거한탕주의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다. 집권 자체야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집권하고 나서 무엇을 할지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집권과 ‘집권 이후 하고자 하는 것’이 두 가지는 시간적 선, 후로 이해하기보다는 동시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나는 주권재민의 원칙과 시민참정권의 일상적 실현을 위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배심제’를 주장한다. 배심제 재판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배심제 재판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과 한계를 지적하겠지만, 나는 엘리트의 양심보다 시민의 상식을 더 믿는다. 시민의 상식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작동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헬조선은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라고 쓰고 기득권자라고 읽는다)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나는 전면적으로 배심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상상한다. 입법과정에서도 배심제가 이루어지는 광경을. 선거를 통해 뽑힌 300명의 의원들과 추첨으로 뽑힌 동수의 혹은 그 이상의 시민배심원들이 함께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하는 입법배심원제. 입법배심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왜 통과되어야 하는가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야 할 것이다. 다른 의원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물밑 거래보다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 더 주력하게 될 것이다. 소수당일지라도 노력하기에 따라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추첨으로 뽑힌 300명의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대표성을 문제 삼겠지만 적어도, ‘평균 연령 55.5세, 평균 재산 41억원, 여성이 17%, 16%는 병역의무 불이행, 서울대 출신 27%, 법조인 출신 16%, 교수 출신 16%’인 집단보다는 더 시민 전체를 대표할 것이다. 물론 입법 활동의 전문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 전문성은 법안 발의 및 상임위 활동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서 5000만 전체 시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최종 표결은 배심원단과 함께 해야 한다.


마땅히 지금의 의원선출방식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참정권의 원칙을 일상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배심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평생 법(만)을 공부한 9명에게 헌법 정신을 수호하라고 다그치지만 말고 그 노고를 우리가 같이 짊어지도록 하자. 국회의원들 너무 욕하지 마라.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우리는 구경만 하는 방식이다. 선출된 그들과 함께 우리 시민이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자.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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