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경제사범 포함 총 142만9000여명 규모의 광복절 특별사면(이하 특사), 감면을 단행했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특사다. 저번 특사와 마찬가지로 서민·자영업자 등 생계형 사범이 다수를 이뤘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 확정한 광복절 특사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위원장 김현웅 법무부 장관)는 지난 9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특사 상신 대상을 추렸다. 선고형의 효력이나 공소권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제도로 대통령이 실시권자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사 관련 “국민 화합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면서 “어려운 서민과 중소·영세 상공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쪼록 경제살리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특사도 박근혜 대통령의 ‘제한적 사면권 행사’ 원칙이 고수됐다. 집권 후 세 차례 연속 정치인은 배제했다. 정부는 "정치인·공직자의 부패범죄 및 각종 선거범죄를 사면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해 부패척결, 공명선거 정착 등 정책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인 가운데서는 최근 재상고 포기로 형을 확정짓고 건강을 이유로 집행정지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의 경우 구속집행정지 등을 거듭하며 실제 수감 기간은 4개월에 그치지만, 앓고 있는 신경근육계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CMT) 악화로 일상생활도 버거워 사실상 수감 생활을 더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사면을 위해 법정 다툼 계속을 포기함은 물론 벌금도 지난달 일시불로 완납했다.
정치권은 전향적인 확대를 요청했으나 당초 이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재계 인사들의 경우 사면 대상을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가경제·사회에 기여한 공로, 정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소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제한된 인원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재계인사 사면 기준으로 ▲최근 형 확정자 ▲형 집행률 부족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사범 ▲벌금·추징금 미납자 배제를 제시하며,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번 특사는 이 회장 등을 포함 중소·영세 상공인, 서민 생계형 형사범, 불우 수형자 등 4876명을 특별사면했다. 아울러 모범수 730명을 가석방하고, 모범 소년원생 75명은 임시퇴원 조치했다. 서민 생계형 보호관찰대상자 925명에 대해서도 보호관찰 임시해제 등 은전조치 했다.
또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42만2493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했다. 정부는 다만 음주운전, 사망사고 야기자, 난폭운전자 등은 경각심 제고를 위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웅 장관은 “이번 특사를 통해 국민화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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