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3' 신드롬에 퇴물신세로 전락할 뻔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가 귀환했다. 전기차 기술혁신의 핵심인 배터리의 트렌드가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크게 원통형과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원통형과 각형으로 제조되는 건 리튬이온 배터리다. 파우치형은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다. 폴리머는 리튬이온보다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전기차시리즈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파나소닉에서 제조하는 원통형이 들어간다. 2008년 처음 양산한 로드스터 모델부터 고급 세단인 모델S, 이번 모델3까지 신차를 선보일 때마다 줄곧 파나소닉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모델3에 적용된 원통형에 관심이 커진 이유 중 하나는 1회 완전 충전 때의 최대 주행거리를 기존 전기차의 두 배 수준인 346㎞까지 늘렸다는 점이다.
또 예약주문 물량이 개시 1주일 만에 32만5000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그대로 판매가 될 경우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가 매우 크게 발생하게 된다. 전기차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델3에는 원통형 리튬이온 약 7000개를 이어 붙인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 원통형 배터리 대세로 자리잡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과거 두꺼운 노트북의 배터리 팩이나 태블릿PC에 주로 사용됐던 배터리다. 1991년 일본 소니에 의해 상용화됐다. '18650' 등으로 이미 규격화돼 있기 때문에 어느 배터리 회사의 전지를 사용하더라도 규격에 맞출 수 있다. 18650의 경우 지름이 18㎜, 길이가 65㎜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뜻한다. 뒤에 '0'은 원통형이라는 의미로 붙은 것이다. 파나소닉뿐만 아니라 각 배터리 회사에서 모두 제조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전지라고 보면 된다.
정보기술(IT) 제품이 울트라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점점 얇은 형태로 제조되면서 크기와 용량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파우치형이 등장했고 원통형은 자리를 점차 잃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모델3 신드롬으로 원통형이 가진 기존 한계점을 극복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이미 규격화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물리적 압력에 견디는 힘이 다른 배터리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으로 구성된 전극을 김밥처럼 둘둘 말아서 원통 알루미늄 캔에 넣고 전해액을 부어 제조되는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캔에 전극이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둬야 한다. 이러다 보니 진동이 있을 경우 전극이 움직이게 돼 망가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통상 500번 정도를 완전 충전시키면 뒤틀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원통형 배터리는 경량화가 어렵고 냉각 방식의 한계로 열에 의한 성능 저하가 빨라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파우치형은 무게가 가볍고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용이해 냉각 방식이 편리하고 수명이 길다는 게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모델3에 적용된 원통형 배터리의 성능과 기술에 대해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배터리가 나왔는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파우치 배터리가 전기차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모델3'처럼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아이오닉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용량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완전 충전 기준)으로 18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시 24분(100kW 급속충전기 기준), 완속 충전시 4시간 25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알루미늄 소재 적용 등 차량 경량화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 다이나믹 디자인 등이 특징이다. 기아차 쏘울과 레이, 한국GM 스파크, 르노삼성 SM3 Z.E 등도 전기차 시장에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의 노력에도 전기차 시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국내 인프라는 아직까지 부족하다. 전기자동차 대중화의 핵심은 보조금과 인센티브 정책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게 만드는 '유혹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보조금 지원 단가는 줄어들고 있고 외국에 비해 강력한 인센티브 혜택도 부족한 상황으로 전기차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조금 외 '인센티브' 정책 강화해야=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고 있다. 환경부에서 올해 지원되는 전기차 보조금은 1200만원, 지자체별로는 최대 800만원까지 보조금을 추가로 준다. 국산차와 수입차에 관계없이 대기환경보전법 등 정부가 정한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과 인증을 통과한 차량에 지급된다. 정부 보조금은 지난해 1500만원에서 올해 1200만원으로 300만원 줄었다. 앞으로도 차량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수준에서 보조금을 점차 줄일 계획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전기차 주력 모델을 예로 들면 국내 가격은 400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 1200만원과 도비 보조금 최대 800만원까지 지원받으면 20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3도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보조금 차이가 크다. 소비자들의 구매 혜택이 균등하지 않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얘기다. 전남 순천 800만원, 제주도 700만원, 대구 600만원, 서울과 부산 500만원 등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면 충북 청주와 진천, 충남 아산과 전남 광양은 0원으로 천차만별이다.
보조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확보한 예산이 고갈되면 더 이상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보조금 외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전기차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전기차의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 주차ㆍ충전요금 무료, 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주차ㆍ충전요금 무료, 자동차세ㆍ도로세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2인 이상 동승 차량 전용차선 이용, 무료 주차 등의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센티브 혜택은 공영주차장 20~50% 할인, 혼잡통행료 면제(서울 남산터널) 등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 등 다양한 장려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련 부처 간 입장 차이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번호판 도입과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의 경우도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진척되지 않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객들의 구매 만족도를 높여줄 인센티브 정책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그만큼 전기차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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