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범국가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어제 내놓았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끝난 지 이틀 만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장기적ㆍ전략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번 대책이 물론 단 하루나 이틀에 만들어진 계획은 아닐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명했듯 신년 업무계획에 이미 담긴 내용들도 포함됐고 현재 진행 중인 것들을 취합한 것도 있다. 기존의 구상들을 더욱 보완하면서 한층 적극적인 의지와 각오를 얹은 것이랄 수 있다. 그럼에도 놀라운 신속성과 추진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같은 기민함에 칭찬을 해주고 싶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3년 내 세계1위' 등 목표로 내세운 것들이 과연 달성 가능한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이번 대국 이벤트에서 보인 것과 같은 알파고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도 미흡해 보인다.
무엇보다 목표로 잡은 것들에서 과도한 의욕이 보인다. 언어지능의 경우 2019년에는 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과연 관련 역량이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인가. 목표달성의 사례로 제시한 이벤트에서도 전시적 성과주의의 발상이 읽힌다. 이미지 인식 대회인 '이미지넷'에서 2019년에 우승하겠다는 것이나, 인공지능이 영화를 보고 영상으로 요약하는 능력을 놓고 인간과 대결을 벌이게 할 계획이라는 것 등은 어설프게 '알파고 흉내내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알파고의 바둑 이벤트에서 무엇보다 얻어야 할 교훈은 그 같은 깜짝 이벤트는 오랜 축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를 구글이 2014년에 인수한 것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방한 중인 인공지능 선도기업 IBM의 최고기술책임자의 말처럼 "인공지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어제 나온 지능정보산업 발전방안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6개 대기업이 함께 참여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전자기업과 이동통신사, 자동차 제조업체, 인터넷 포털까지 참여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데다 여러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들 간의 공동연구소가 원활하게 운영될는지 의문이다. 21세기 최첨단 4차산업의 발전은 과거 관주도 개발시대의 '선도(先導)ㆍ선도(善導)주의' 발상부터 버리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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