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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양심' 제물포고 무감독 시험…문화재 등록 가능할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7초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무감독 시험은 양심을 키우는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가 60년 째 이어진 '무감독 시험' 제도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 총동창회는 이달 초 동문 출신 교수 4명이 무감독 시험 60년의 성과와 의미를 짚는 연구 용역을 마쳤으며 관계 당국과 협의를 통해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총동창회는 아직 국내에서 시험제도가 문화재로 등록된 사례는 없지만 국내 최초·최장 무감독 시험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무형문화재는 역사·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시험제도는 아직까지 지정된 사례가 없다"며 문화재등록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무감독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학교는 10여곳. 이중에서도 인천 제물포고는 가장 오랜 기간 무감독 시험의 전통을 이어오며 학교의 자랑이 되고 있다.

올해로 개교 62주년을 맞은 이 학교의 무감독 시험은 초대 교장을 맡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고 길영희 선생(1900-1984)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란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 무감독 시험을 시행하게 됐다.


1956년 1학기 중간고사가 처음 무감독 아래 치러졌는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당시 전교생 569명 가운데 53명이 60점 이하를 받아 낙제한 것이다.


길영희 교장은 전교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낙제생들에게 "제군들이야말로 믿음직한 한국의 학도"라고 오히려 칭찬한 뒤 "다음에 더 열심히 노력해 진급하라"고 격려했다. 다음 학기에 이들은 모두 시험을 통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무감독 시험은 대학 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내신 성적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존폐 논란을 겪었지만 학교 측은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이 제도를 계속 시행해오고 있다.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치를때면 늘 1교시 시험 시작 5분 전 다 함께 손을 들고 '무감독 시험은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는 선서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 뒤 곧바로 퇴실했다가 시험 종료 10분 전에 다시 교실로 들어가 답안지를 걷는다. 교사들은 또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감독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소감과 평가를 묻고 커닝 등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박성우 제물포고 교감은 "양심적 참인간이 사회의 올바른 지도층이 되고 사회 정의를 이룰 초석이 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오랜 시간 이 제도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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