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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제작자 조재현 "연극이 값싸게 인식되는 현실,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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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재컴퍼니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경숙이, 경숙아버지' 제작

배우 제작자 조재현 "연극이 값싸게 인식되는 현실, 참담하다"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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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배우이자 제작자 조재현(50) 씨에게는 오래된 꿈이 있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공연장을 갖는 일. 지난해 3월, 마침내 '수현재씨어터'라는 6층 건물이 완성됐을 때 그는 약속했다. "40~5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릴 것", 그리고 "창작극을 1년에 한 편씩은 선보일 것". 내달이면 개관 1주년을 맞는 수현재씨어터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의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졌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황금연못', '민들레 바람되어' 등은 평균 객석 점유율 7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3월에는 1주년 기념작으로 창작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를 올린다.

"창작극이 이렇게 오랫동안 공감을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정서가 정말 기가 막힌거죠." 25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조재현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경숙이, 경숙 아버지'를 꼭 보라고 추천부터 했다. 2006년 초연 당시 그 해의 연극상(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동아연극상 등)을 모조리 휩쓸면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조재현 씨는 이듬해 재공연에서 자신이 먼저 연출가를 찾아가 '출연시켜 달라'고 졸랐을 정도로 이 작품에 빠져있었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에 나선 경숙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경숙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우 제작자 조재현 "연극이 값싸게 인식되는 현실, 참담하다" 조재현

"경숙이 학교 졸업식에 집 나갔던 아버지가 쓱 나타납니다. 멀찌감치 서있다가는 대뜸 다가와서 경숙이한테 신발을 선물로 줘요. 세상에 새 출발을 하는 의미로 신발을 고른 거죠. 경숙이가 '아버지 또 어딜 가시려고 그러나, 등 좀 그만 좀 보이세요'라고 말하는데, 아, 꼭 내 이야기하는 것 같아가지고…. 이 작품이 정말 희한해요. 우리 세대만 공감할 줄 알았는데, 보니까 젊은 친구들도 공감하고 있더라고요. 10년이 더 지나도 이 작품은 살아남을 거라고 봅니다."


조재현 씨는 이 작품을 1주년 개관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연극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로서의 책임감"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극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고교 졸업반 혹은 대학 1~2학년 때인데, 이들이 손쉽게 고르는 작품들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 위주"라며 "이들이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겨주고, 더 즉각적인 작품을 보고서 '이런 게 연극이구나'하고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수현재씨어터를 세우게 된 배경에도 대학로 연극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 있다. "연극이 값싸게 인식되는" 현실, "실험적인 작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항상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지난 1년간 중장년층을 흡수하겠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제 남은 숙제는 연극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령('미스 프랑스'), 공효진과 강혜정('리타 Educating Rita') 등 스타 마케팅을 통해서 젊은 관객들을 흡수하고, 가족 코드의 작품('황금연못', '민들레 바람되어')을 선보이면서 중장년 관객까지 끌어들여 지난해 수현재씨어터는 총 10만57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불황에 허덕이는 연극계를 생각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하지만 자신을 '연극계에 나타난 구세주'로 보는 인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연극계에 책임감은 느끼지만, 연극계를 짊어지겠다는 책임감은 아닙니다. 연극으로 돈을 벌 생각도, 돈을 잃을 생각도 없어요. 동료들이 연극하다가 집을 날리는 경우도 봤는데, 그게 작품이나 관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거든요. 최근에 이 건물이 350억원 짜리며, 이수만·양현석과 나를 비교하는 기사도 났는데 그렇게 보면 안됩니다. 다 은행 빚이에요(웃음). 다만 어렵게 지은 공연장을 반듯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죠."


제작자가 아닌 배우로서의 목표도 있다. "1991년 '에쿠우스' 작품처럼, 나를 위한, '배우 조재현'을 위한 연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제작자로서 레퍼토리를 찾았다면 내년에는 나 자신을 위한 연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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