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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장바구니엔 '초이노믹스 효과' 안보였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3초

대목 앞둔 대형마트·재래시장 가보니
마트, 선물세트 문의는 많지만 구매고객은 없어…
시장, 매출 작년보다 50% '뚝' 나들이객만 북적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김소연 기자]#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주말 홈플러스 매장. 각종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었지만 이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선물세트를 정리하던 매장 직원은 "여름휴가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문의하는 고객은 많은데 실제 구매하는 분은 아직 많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추석 온기를 느끼긴 힘들었다. 토요일 오후 남대문 시장.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였지만 상인들은 지난해 추석보다 줄어든 매출에 애를 태웠다.


정부의 부양책 등에 힘입어 대기업들이 6조원 이상의 자금을 푸는 등 내수살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대기업 고객이 주류를 이루는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는 지난해 추석보다 늘었으나 중소기업 선물마련 창구로 주로 이용되는 대형마트는 매출 증가세가 미미하거나 감소했다.

가정에서 주로 구매하는 본 판매에서도 매출이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초이노믹스’가 아직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가계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단면으로 읽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2∼31일 매출이 32% 증가했다. 다만 기업들의 선물 구입이 대체로 마무리됐기 때문인지 주말 들어 증가세가 점차 주춤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의 사전예약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1∼31일 추석 선물세트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본 판매는 더 감소했다. 이마트의 25∼31일 본 판매 실적은 5.3% 줄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31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본 판매기간 찾아 본 대형마트에는 고객들이 붐볐지만 실제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대형마트의 추석선물세트 예약 판매가 20% 이상 늘면서 소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서민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매장에는 각종 추석선물세트를 진열하는 직원들과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정작 선물세트 코너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선물을 사려는 고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판매대 주변에서 물건을 사려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품목별로도 온도차가 뚜렷이 나타났다.


육류 선물세트 판매를 맡은 직원은 "회사가 쉬는 주말에는 일반 고객 대상 판매가 이뤄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과와 가공식품,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과일은 올해 추석이 빠른 탓에 인기가 없다. 과일 출하가 늘어나는 추석에 임박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자들이 과일 구매를 늦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수산물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대형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년보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이 늘어난 덕분이다. 수산물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은 "알배기 조기의 가격이 할인해서 10만원대 초반"이라며 "대형마트 3사의 추석선물세트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배기 조기가 인기가 많다"라고 귀띔했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에는 직원들의 판촉행사만 이뤄지고 있을 뿐 실구매자 수요는 거의 없었다. 1만원대 제품의 4+1 행사도 시작됐다.


남편과 마트를 찾은 김수진(여·35)씨는 "여름휴가 때 큰돈이 나갔는데 추석이 바로 돌아왔다"라며 "온라인과 마트, 백화점 등을 둘러보고 저렴하지만 실속있는 선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은 '초이노믹스' 온기라곤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찾은 남대문 시장은 주말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매출은 발생하지 않아 상인들의 애를 태우고 있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매출이 작년 추석보다 30~50%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 굴비 같은 건 소매 판매해 왔는데 요새 잘 안 돼요. 시골에서 직접 가지고 와서 마트보다 품질 좋은데…." 추석을 앞두고 매출이 늘었냐는 질문에 이화상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매해 매출이 줄어든다"며 "재래시장이 명맥만 유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대했던 온누리상품권 매출도 거의 없었다. 한양물산을 운영하는 김철준(62)씨는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하루 2만~3만원에도 못 미칠 때가 많다"며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 돌아가고 상품권이 은행으로 도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온갖 한약재와 건강식품이 모인 경동시장이라면 요새 '건강 트렌드' 때문이라도 다를까 싶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동상회를 운영하는 한모(55)씨는 작년 추석이나 올해 설보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줄어든 여파가 아직도 있다"며 "정부와 시에서 재래시장 살리려고 노력하는 건 알지만 당장 온누리상품권 매출도 하루에 3만원이 될까 말까"라고 울상을 지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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