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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하느님은 하늘에 있는가(118)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주말과 휴일을, 마치 빈 방처럼 고요히 보낸다. 라마나 마하리쉬의 '불멸의 의식'과 대학(大學), 맹자를 번갈아 읽는다.


영조임금은 대학을 펼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열아홉살에 대학을 처음을 읽었고 스물 아홉살에 다시 읽었다. 그러나 내 행동을 돌아보니 글 따로 사람 따로(書自書 我自我)이니 마음이 늘 부끄럽다. 주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라도 그 본성을 다한 자가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그에게 명하여 억조창생의 군주와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세번째 이 책을 읽고 있으나 뜻이 지극함, 마음이 올곧음, 몸을 닦음, 집안을 다스림에 진전이 없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대학은 어맹(논어 맹자)의 각론이나 중용의 심론(深論)에 앞서서 공들여 읽어야할, 옛공부의 총론이다. 그 핵심은 하늘의 뜻을 어떻게 인간이 알아채고 그것을 천하에 펼칠 것인가에 대한 웅장한 커리큘럼같은 것이 아닐까.

맹자는 진심장(盡心章)'에서 존심양성(存心養性)을 말했다. 마음을 지키고 본성을 기르는 일이 존심양성이다.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보통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대개 천자(天子)에게 코치하는 멘트이다. 천자는 하늘의 뜻(天命)을 인간에게 행하는 사람이다. 하늘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그 뜻을 받는다는 말인가. 제 마음대로 해놓고선 하늘의 뜻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의심에 대해서, 맹자는 정밀하게 '하늘과 상봉하는'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그 마음을 다하는 사람은 그 본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본성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마음을 지키고 그 본성을 키우는 것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입니다. 목숨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몸을 닦고 가만히 기다리면 하늘의 명령이 마음 속에 들어섭니다." 그러니까, 하늘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너 자신의 마음을 바로 지키고 하늘로부터 받은 천성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왕이라고 까불지 말고 자기를 잘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천자만 하늘과 상봉하란 법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젠 우리도 저런 하느님 상봉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바람직할지 모른다.


마침 인도의 보통사람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가 놀랍게도 맹자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구루는 신입니다. 구루는 진짜 나입니다. 구루는 신이 그대 안에 있으니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신을 깨달으라고 말해주기 위하여 그대에게 옵니다. 신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헌신자를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내면에 있는 신은 그의 은총으로 사랑하는 헌신자를 불쌍히 여기며 헌신자가 성숙됨에 따라 그 자신을 드러냅니다. 구루는 그대가 갖고있지 않은 새로운 것을 줄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우리가 진짜 자신을 깨닫지 못했다는 생각을 없애는 것 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진짜 자신입니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맹자와 마하리쉬는 범재(汎在)와 개별존재가 동시에 가능한 하느님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하느님은 하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자아 속에 완전하게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마음을 지키고 본성을 키워 만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요즘 내가 '보편존재와 개별존재가 동시에 가능한' 절대영혼에 관한 생각들을 골똘히 하고 있는데, 이 분들은 어떻게 이렇게 명료하게 그 신념을 쌓았단 말인가. 영조임금처럼 나도 글따로 인간따로인 자신이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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