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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세빛둥둥섬, 기대감 없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1초

세빛둥둥섬, 12일 서울시-효성 측 조인식 갖고 부분 재개장
부실한 전시 콘텐츠와 장기간 휴장으로 시민 발길 '뚝'

[르포]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세빛둥둥섬, 기대감 없다" 한강둔치에서 바라본 세빛둥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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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한번 와보고 다시 오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야심작인 동시에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세빛둥둥섬. 각종 부실과 운영사 선정 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완공 이후 2년 넘게 방치돼 오던 세빛둥둥섬이 지난 12일 부분 재개장했다.


재개장과 함께 제1섬과 2섬에서 '한강사진전'을 열고 있지만 개장 후 첫 주말인 15일,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이광영(35)씨는 "한강에 나왔다 들러 봤는데 볼 것도 없고 준비가 너무 안된 것 같다"며 "굳이 이걸 보려고 여기 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시실에는 사진 몇 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안내원이나 작품 또는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직원은 없었다. 전시실 바로 옆 공간에서는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둘러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제2섬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다른 층으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안전사고 등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었다.


[르포]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세빛둥둥섬, 기대감 없다" 세빛둥둥섬 제2섬 3층에서 바라본 텅빈 실내


아이와 함께 방문한 고정민(33)씨는 "사진전이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들어와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실망스럽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이런 공간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3개의 건물로 이뤄진 세빛둥둥섬은 축구장 면적의 1.4배(9995㎡)에 해당하는 규모로 총 13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세빛둥둥섬이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사이 시민들의 기대감은 사그라 들었다. 세빛둥둥섬은 지난 2011년 4월 완공돼 같은 해 5월21일 개방됐다. 그러나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난 속에 첫 행사로 명품브랜드 펜디(FENDI)의 모피쇼를 열면서 빈축을 샀다. 이후 안전성 문제와 운영방식 등의 각종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3년새 열고 닫고를 반복했고, 시민들에게서도 멀어져 말 그대로 '섬'이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자전거 동호회원인 박준용(43)씨는 "자전거를 타고 주말마다 이 곳을 자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제대로 준비하려면 또 시간이 걸릴텐데 이제 누가 관심을 가지겠냐"고 말했다.


세빛둥둥섬의 한 관리직원은 "2012년 연휴에는 하루에 5000명이 다녀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강에 놀러왔다 잠깐 둘러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재개장을 해도 여전히 운영을 하고 있지 않은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효성은 지난 12일 '세빛둥둥섬 운영 정상화 합의 조인식'을 맺고 내년 11월 세빛둥둥섬을 전면 개장하는데 합의했다. 시와 효성 측은 사업시행자의 무상사용 기간을 30년에서 20년으로 축소하고 선기부채납 방식을 후기부채납으로 변경했다. 운영지체보상금 92억원 세빛둥둥섬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전액 투자된다. 효성은 세빛둥둥섬의 시행사 (주)플로섬의 지분 5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개장에 대한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서울시와 시행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매월 10억원에 육박하는 임대료를 감당할 운영사 선정과 지하철역 등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시민들의 발길을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1섬을 둘러보고 나오던 이주은(28)씨는 "해외 유명 건축물들이 화려함만으로 사랑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그 안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어떤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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