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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13]창업과 구직 사이, 협동조합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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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들기 새로운 모델이 뜬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협동조합은 일자리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협동조합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서울 신촌오거리에 유명 커피브랜드 점을 하나 차릴 계획이다. 총 비용은 5억원. 가장 일반적인 A모델은 5억원을 가진 자본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커피숍을 오픈하는 경우다. 사장은 개업한 뒤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한다. 사장 1명에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기업이 된다. 1명의 창업주에 비정규직 10명이 일하는 구조다.

협동조합 개념으로 바꾼 B모델은 10명의 청년이 각각 5000만원 씩 출자해 5억원을 만든다. 10명 모두 주인이자 직원이 된다. B모델에는 조합원이지 직원이 근무한다. 10명의 주인이자 정규직 사원이 일하는 시스템이다.


A모델과 B모델의 이익배분은 어떻게 될까. 예컨대 한 달에 수익 3000만원이 난다고 가정하면 A모델은 아르바이트생(60만원X10명) 비용으로 6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400만원은 사장이 가져간다. 이른바 '독식'모델이다. 반면 B모델의 경우 3000만원을 10명이 300만원씩 균등하게 배분된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공동 소유, 공동 분배'의 이념이다.

일자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모델의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불황기가 되면 A모델과 B모델의 진가가 나타난다. 예컨대 매출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들 때 A모델은 아르바이트생을 5명으로 줄이고 더 나빠지면 모든 비정규직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다. B모델의 경우 한 달에 300만원 가져가던 것을 200만원으로 줄이는 등 사장이자 주인인 10명이 고통분담에 나선다.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ICA(국제협동조합연맹)는 협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통해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이미 17개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했다. 올해만 약 500개 정도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명 이상이 출자하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500X5=2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16개 광역시·도에 각각 500개씩 만들어진다고 가정한다면 8000개의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진다. 즉 수학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4만 명은 기존 일자리와 개념이 다르다. 협동조합 직원들은 대부분 조합원이자 직원의 역할을 동시에 가진다. 자신이 출자한 곳에서 일하는, 자신의 회사라는 주인의식이 강하다. 단지 '생계수단'으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WITH 2013]창업과 구직 사이, 협동조합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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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생활협동조합으로 잘 알려져 있는 iCOOP(아이쿱)이나 한살림의 경우 현재 직원만 1000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에 올라서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기업체로서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지난해 12월1일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엔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가 이 기본법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위원은 "새누리당 조차도 지금의 구조로는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의 '요술방망이'인가. 그 답은 유보적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아직 협동조합의 초보 단계다. 일자리 창출의 유효한 도구가 되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실제로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의 협동조합이 성장하는데 자금지원이 가장 중요했다. 실제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를 발전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은 노동인민금고였다.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 2012년 말 현재 유럽은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GDP(국내총생산)의 11%, 전체고용의 8%를 차지한다. 우리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생협 등을 모두 합해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고용비율은 0.2%에 머물고 있다.


김성오 위원은 "협동조합이 우리나라 GDP의 5% 비중까지 성장한다면 일자리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협동조합이 이제부터 서로 고민하고 발전적 대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미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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