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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만성' 허리 디스크, 차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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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만성' 허리 디스크, 차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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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넥센 선수단은 대체로 밝다. 전신 현대 때부터 그랬다. 한 넥센 선수는 “9개 구단 가운데 ‘자유분방’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단 의미. 사실 현대와 넥센은 같은 듯 다르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현대가 야구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2007년 선수단은 노장으로 가득 했다. 주전 야수 9명 가운데 30대는 5명. 26살 이하는 유격수 지석훈이 유일했다. 그해 선수들은 56승1무69패로 6위를 했다. 부진인 듯 보이나 시즌 내내 휩싸인 매각설 등을 감안하면 선전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시즌 내내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베테랑의 힘 덕이었다.


당시 현대에서 뛴 정성훈(LG)은 “선배들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은 선배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지 프로에서 살아남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쟁이 붙게 된다. 현대의 분위기가 좋단 말은 그래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6년이 흘렀다. 여전히 화목한 선수단. 원동력은 달라졌다. 젊음이다.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선수단의 평균 나이는 25.4살, 군 입대선수들을 제외하면 25.9살이다. 이 가운데 1970년대 생은 6명. 지난 시즌 선수들은 61승3무69패로 2007년과 같은 6위를 했다. 하지만 46.9%의 승률은 팀 창단 이래 가장 높았다. 2007년 44.8%보다도 그랬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이장석 대표는 올해 창단 첫 가을야구를 바라본다. 지난 7일 시무식에서 그는 구단 직원, 코치진, 선수들을 앞에 두고 전의를 다졌다.


“지난해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이후에도 경기는 많이 남아있었다. 마무리를 잘 못했다. 시작과 끝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강조한 건 염경엽 감독을 선임하며 꺼냈던 모멘텀(mentum)을 유지하는 힘이었다. 이 점에서 2007년과 지난 시즌은 꽤 비슷하다. 연승과 연패가 잦았다. 당시 현대의 전력분석팀장격인 김경남 기록원은 “연승, 연패가 많다는 건 팀이 아직 불안하다는 증거”라며 우려했다.


넥센의 '만성' 허리 디스크, 차도가 보인다


상식적으로 중간이 약한 조직은 불안정하다. 2007년의 현대가 그랬다. 심정수, 심재학, 박재홍, 박경완, 박진만, 박종호 등을 내보내 다른 팀에 비해 중견 선수들이 적었다.


중견 선수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채워지는 법. 하지만 간판이 바뀐 선수단은 이택근, 정성훈, 장원삼, 황재균, 이현승 등을 내보내며 또 한 번 기근을 겪었다. 자연스레 영건들과 노장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얇아졌다. 밝은 분위기에도 결속력이 낮단 지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은 코치진에 양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 대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팀 재정이 안정되자 바로 중견 혹은 예비 중견 선수들을 연달아 영입했다. 이택근, 박병호, 이성열, 최경철 등이다. 이택근에겐 주장을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선수단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견 선수들의 부재, 부진 탓이 컸다.


유한준은 팔꿈치수술로 애초 정상 출장이 불가능했다. 장기영은 팀이 4위 경쟁을 하던 8월부터 월간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다. 7월 합류한 이성열도 2할대를 넘긴 건 9월(0.206) 한 차례였다. 무엇보다 선수단은 8월 핵심전력을 잃었다. 이택근이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 대표는 시무식 뒤 가진 인터뷰에서 “12개의 퍼즐이 맞춰져야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며 “올 시즌 2개의 퍼즐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선수 이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신년사에서 다시 한 번 모멘텀 유지를 강조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주인공은 이택근과 유한준일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도 그렇게 느낀다.


넥센의 '만성' 허리 디스크, 차도가 보인다


이택근은 “그 카드가 나인 것 같다. 나만 잘하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너무 욕심을 많이 내고 플레이를 거칠게 하다 보니 부상이 왔다. 멀리 보고 몸 관리를 잘 해야할 것 같다”며 “올해는 (유)한준이의 몸 상태가 괜찮고, (이)성열이도 와서 타선이 더 좋아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염경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모멘텀 유지의 적임자로 판단된 까닭이 컸다. 중견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품은 건 당연지사. 그는 “유한준, 이성열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다. 두 선수가 (생각만큼) 해준다면 타선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명을 더 꼽으라면 장기영을 택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왕조로 불렸던 현대는 본래 중간이 탄탄한 조직이었다. 허리 디스크를 앓은 건 심정수, 박진만을 동시에 잃은 2004년 겨울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재정난 등의 다양한 이유로 통증은 이후 점점 심각해져갔다. 쾌차의 기회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8년. 어렵게 얻은 찬스를 선수단은 살릴 수 있을까. 2013시즌에 넥센의 미래가 달렸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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