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경주로를 질주하는 말(馬)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편자다. 말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굽 바닥에 붙이는 'U'자 형태의 쇠붙이를 '편자'라 한다. 말의 특성에 맞지 않는 편자란 사람으로 따지면 제 몸에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격이니 말들에 있어 편자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편자를 각 말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 발굽에 붙이는 사람을 장제사(裝蹄師)라 부른다. 장제사란 직업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직업이다. 사람마다 얼굴과 체형이 다르듯 말의 발굽도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툰 솜씨로 편자를 만들었다가는 말에 올라탄 사람까지 다칠 수 있어 오랜 경험과 실전 노하우가 필요하다. 말과 관련된 전문직인 셈이다.
장제사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60여명 밖에 없는 희귀 직업으로 꼽힌다. 한국마사회(KRA)가 공인하는 장제사는 30여명 뿐이고, 나머지는 일반 승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다. 말이 걷는 모습과 소리만으로 말의 아픈 다리를 찾아낼 수 있는 1급 장제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때문에 최고 수준의 1급 장제사의 연봉은 1억~2억원에 이른다.
1급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3급 자격 획득 후 3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2급 시험을 볼 수 있고, 2급 자격을 얻은 후에도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1급 장제사에 도전할 수 있다.
장제사라는 직업이 지난해 9월 제정된 말산업 육성법에 따라 국가 자격증으로 인정받게 됐다. 지금까지는 한국마사회가 관장해 왔다. 첫 시험은 내달 8일 치러진다. 장제사 외에도 말조련사, 재활승마지도사의 시험도 함께 치러진다. 이번 시험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www.mifaff.go.kr)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말 사육 두수는 1만5000여 마리에 이른다. 앞으로 말과 관련한 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시험에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은 전국 300여개 승마장, 경마공원, 경주마 및 승용마 육성목장 등에서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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