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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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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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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자라면 한번쯤 꿈꿔온 선망의 대상이 있다. 빨간마후라를 목에 멘 전투기 조종사다. 전투기제트엔진에 몸을 맡기고 푸른 영공을 멋지게 비행하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다. 지난 5일 대한민국 영공을 최전방에서 지키는 F-5전투기에 탑승을 함께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공군 8전투비행단을 찾았다. F-5전투기 비행체험은 언론사 최초다.


이날 전투기 이륙예정시각은 오전 10시 30분. 하지만 비행을 위한 준비는 2시간 전에 시작됐다. G슈트(정식명칭은 Anti-G슈트) 등을 기자의 신체크기와 맞추기 위해 서두른 것이다. G슈트는 전투기가 선회 비행할 때 조종사 머리에 있는 피가 아래로 쏠리는 현상을 줄여주는 특수복장이다. 피가 뇌에서 빠져나가면 조종사가 비행도중 순간적으로 기절할 수 있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비행 1시간 전. 김진수 비행대장(소령, 공사46기)과 소용근 대위(공사 57기)가 브리핑실에 모였다. 이날 비행임무인 전투기동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김진수 비행대장과 함께 좌석이 앞뒤로 위치한 복좌 F-5에 탑승하고 소 대위는 단좌 F-5에 탑승해 편대비행을 하기로 했다.


우연이었을까. 기자와 김진수 비행대장은 75년생 동갑내기였다. 또 탑승할 전투기 또한 75년 3월에 생산된 동갑내기였다. 토끼띠끼리 비행을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2300시간 비행을 한 베테랑 비행대장과 1만 1221시간 비행을 한 전투기와 달리 처녀비행인 기자의 얼굴에만 긴장감이 가득했다.


비행기 이륙 20분전. 전투기가 늠름하게 서 있는 격납고(이글루)로 향했다. 전투기에 탑승하자 눈앞에 수많은 아날로그 계기판부터가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최신예 전투기의 계기판이 디지털 전자시계라면 F-5는 바늘시계와 같은 계기판이었다. '75년생 전투기이니 37년이나 운용했는데 안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불안해하는 기자에게 정비대대 정광일 상사(부사관 160기)는 "장기 운영하다보니 도입당시보다 체크해야할 세부항목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내 자식처럼 비행시간대별, 기간별 정비를 꼼꼼히 체크하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김 소령도 비행탑승 전 직접 고도를 알려주는 센서, 엔진, 오일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이륙 전 최종 확인 작업이다. 김 소령은 기자에게 비행탈출 방법은 물론 비행도중 구토를 염려해 비닐봉지까지 챙겨줬다. 자동인 최신예전투기와 달리 수동인 캐노피(조종석 뚜껑)를 손으로 직접 닫자 너무 긴장을 한 탓에 손끝이 떨리기까지 했다.


복좌전투기는 앞좌석에서 조종스틱 등을 움직이면 뒷좌석도 똑같이 움직인다. 활주로 끝에서 이륙 대기중하던 중 스틱의 움직임을 느껴졌다. 드디어 이륙.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여 속도를 내자 몸이 좌석으로 밀착됐다. 일반 민항기도 느낄 수 있는 기분이지만 순간 몸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3배 이상이었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이륙 10분후 전투기가 상공에서 정자세를 유지하자 소 대위의 전투기도 시야에 들어왔다. 아래에는 강원도 평창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하지만 풍경을 느끼는 것도 잠시, 눈 깜작 할 사이에 구름을 뚫고 2만 피트까지 올라간 전투기는 훈련에 돌입했다.


"에코 원, 공격기동 준비하라". 마음의 준비를 갖출 여유도 없었다. 김 소령이 "고" 라며 짧은 메세지를 던지는 순간 기자의 스틱은 뒤로 밀리고 전투기가 급선회하는 기동훈련이 시작됐다. 중력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중력을 측정하는 단위는 지구의 중력(重力) 가속도로 일명 G(gravity)다.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1G, 놀이공원바이킹을 탈 때는 최고 2G정도를 느낀다. 이날 걸릴 G는 5.8G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중력이 걸리는 순간 G슈트 허벅지 부분에 공기가 차오르고 온몸은 가위가 눌린 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전투기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목에도 통증이 몰려왔다. 25초간 기동회피가 끝나자 이번엔 반대방향 기동이 시작됐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허벅지에 피가 몰렸다. 피의 하체 쏠림현상을 막으려 특수호흡법을 시도했지만 신음소리만 나왔다. 실전에서는 더 강한 급선회를 해야 한다.


전투기는 이어 360도 회전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구름 안에서 시작된 비행 탓에 땅과 하늘이 분간할 수 없었다. 구름을 빠져나와도 한동안 방향ㆍ위치 감각을 상실했다. 최 소령은 "적기 위치를 파악했냐"고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은 커녕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


이어진 공격기동. 이날 전투기는 외부연료와 공대공미사일까지 장착했다. 적기를 았지만 방향을 바꾸며 질주하는 전투기를 잡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계속되는 G와 기동훈련에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다. 그저 조종석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40분간 이어진 기동훈련 끝에 헬멧 안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동훈련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제서야 온몸에 긴장감이 풀렸다. 이어 단풍옷을 입은 치악산을 배경으로 활주로에 착륙하고 캐노피가 열렸지만 좌석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탓이다. 좌석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전투기에 키스를 했다. 최전방에서 어려운 훈련을 버텨내주는 F-5 동갑내기 전투기에 마냥 고마워서였다.


이날 비행은 총 1시간. F-5가 작전반경이 짧은 탓에 오래 비행경험을 하지 못했다. 비행을 마치고 뒤를 보니 활주로에 붉은노을이 가라앉는듯했다. F-5전투기는 2020년이면 임무를 차기전투기에 넘겨준다. 차기전투기(FX)사업의 추진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늠름한 전투기들이 활주로를 날아올랐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서울로 향했다.


언론사 첫 F-5전투기 비행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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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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