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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 며칠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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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보상 우선순위 서로 달라…인식차 좁혀야 경쟁력 강화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올해도 어느덧 절반이 훌쩍 지나 8월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3년차 직장인 박모(30)씨가 쓴 연차휴가는 고작 5일뿐이다. 이것마저 여름휴가로 쓴 게 전부다. 연차휴가를 쓰려고 해도 상사가 "눈치 보인다"며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맡은 업무를 미리 끝내놓고 간다고 해도 통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비를 주는 것도 아니다. 박씨는 "일년 중 마음 편히 쉬는 날은 여름휴가 뿐이고 나머지 연차휴가는 공중 분해된다"며 "무조건 압박만 하니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박씨처럼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연차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펴낸 '국내 기업의 휴가이용 실태와 휴가문화 개선방안' 보고서는 이런 씁쓸한 현실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46.4%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평균 연차휴가 15.3일 중 7.1일만 사용하는 꼴이다. 휴가 사용을 가로막는 주원인으로는 직장 내 경직된 분위기(42%), 업무과중(18.4%) 등이 꼽힌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보상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급하는 비중은 대기업 31.7%, 중소기업 24%에 불과했으며, 44.3%는 보상비를 일체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고스란히 구성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거나 기존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발판이 되는 기업의 보상 경쟁력도 떨어진다. 보상 경쟁력은 각 기업별로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보상의 차이를 말한다. LG경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보상, 매력적이지 않으면 효과도 적다'는 보고서를 토대로 구성원들에게 '매력적인 보상'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연차휴가 며칠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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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보상…기업과 구성원 '동상이몽'= 구성원들이 일궈낸 성과에 따른 보상비만 많이 준다고 매력적인 보상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보상이라고 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보상의 형태는 다양하다. 기업의 비전과 장래성, 성장 기회, 일하고 싶은 근무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보상에 대한 기업과 구성원의 인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타워스 왓슨이 진행한 연구 결과(2010년)를 보면, 양측 모두 매력적인 보상 1순위로 금전적인 보상을 들었다. 그러나 금전을 제외한 우선순위에서는 차이가 컸다. 기업은 사업 분야, 재무 건전성 등에서 구성원들이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본 반면 구성원들은 직무의 안정성, 편리한 근무지, 복지 혜택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동상이몽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기업의 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으로부터 보상 관리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 28%밖에 안 된 것(헤이그룹, 2012년).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인식 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 인력을 유지하거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전재권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요인들은 생산성은 저하시키고 비용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성원들의 니즈(필요, needs)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존 인력뿐 아니라 잠재적 지원자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매력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인식 차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기업의 보상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성원이 원하는 매력적인 보상은?= 수년 전부터는 기업들이 바라보는 보상의 개념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쪽으로 변하고 추세다. 이른바 '총 보상(Total Reward)'이다.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석이조의 형태로 급여, 복리후생 외 업무 환경, 장래성, 성과 인정 등을 담은 포괄적 개념이다.


최근 들어 나이를 막론하고 구성원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보상의 형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5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직장인의 절반(50.6%)은 '야근이 반복될 때' 이직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급여를 올려 받고 싶을 때(42.2%) 보다 높은 수치다.


삶의 질,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상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니는 보상으로서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다는 뜻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개인 생활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과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면서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고령 인구 양쪽 모두 유연한 근무 환경을 우선시 한다"면서 "기업들은 유연 근무, 재택 근무 등 스마트 워킹이 가능한 업무 환경이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통신업체 BT는 조직 내 세대별 다양성을 중시한 조직 운영을 해오고 있다. BT는 전 세대에 걸친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했는데, 전체 인원의 71%가 유연근무 제도에 동참하고 있다. 계약직 재택 근무자(14%)를 제외하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5%에 불과하다(2008년 기준).


반면 기업 입장에서 보상은 결국 비용일 뿐이다. 때문에 구성원들이 원하는 보상 형태를 중심으로 최적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표본집단면접(FGI) 등 방법은 다양하다.


전 선임연구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에서 사용되는 비용의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이고 이는 보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효과는 높이되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보상 방안을 세워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기존 구성원들에겐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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