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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일 간의 천막 농성,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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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처우 개선 나선 김영곤 고려대분회장
"상대평가로 인한 학생과 학생 분리 더 이상 안 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본관 앞 잔디밭에는 작은 천막이 하나 놓여 있다. 이 자리에 천막이 드러 선 건 지난 2월 15일. 117일이 지난 오늘까지 천막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막을 설치한 주인공은 지난 2005년부터 이 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는 김영곤(64) 전국대학강사노조 고려대분회장이다. 초여름의 무더움 속에서도 그는 이른 시각부터 천막을 지키며 농성중이다. 시간 강사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환갑을 넘은 강사의 저항은 가볍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김 분회장은 "시간강사는 법률적으로는 교원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교원이 아니다"라는 성토였다. 그가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외치며 천막 농성까지 강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학기도 강의를 맡고 있고 다음 학기도 강의를 책임질 예정이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재 고려대 시간강사 시급은 최고가로 책정해도 5만1800원에 불과하다. 성균관대(6만1500원), 연세대(5만6400원) 보다 낮은 금액이고 심지어는 지방 4년제 대학인 대구대(6만3000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국 순위로는 50위 수준이다.


더구나 같은 학교 전임교수의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그 차이는 20배정도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그가 "시간강사 1300~1400명 정도를 포함해 비정규직만 3000명 정도가 된다. 비율로만 봐도 3분의 2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의 연봉은 작년 기준으로 600만원 정도였다”고 실토할 정도다.


117일 간의 천막 농성,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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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그가 주장하는 제안은 크게 3가지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시간강사료를 인상하고 방학 중에도 강사료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시간강사료의 경우 지난해 2.5%, 최근 10년 동안 1500원 인상된 게 전부다.


방학 중 강사료 역시 강사들에게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강사료 인상 등으로 1년에 1000만원 정도는 보장해줘야 한다"며 "전임교수들과 교원들은 방학 때도 월급에 연구비가 모두 지급된다. 연구활동이나 학생지도와 관련한 지원을 동등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요구는 현행 상대평가의 절대평가로의 전환이다. 그는 "학점을 무자르 듯 A, B, C로 뚝뚝 자르는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자율을 억제하는 과거 군사독재시대의 잔재"라며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할 것으로 요구하면서 학점을 나쁘게 주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또 한 강의에 수강생이 너무 많이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 한 교양과목의 경우 수강생 40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면서 “지나치게 많은 수강생은 수업을 주입식으로 변질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교수와 학생은 물론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분리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과대별 강사 공동연구실과 휴게실, 상담실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과거 전임교수 휴게실 출입을 두고 비전임교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문과대학 교수 휴게실 출입문에는 내부 기자재의 사용을 전임교수들로 제안한다고 문구가 붙어있었다. 조교들이나 학생들의 사용을 단속한다는 차원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 대상에 시간강사들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김 분회장은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 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기들끼리 분담해 천막을 지켜주는 친구들도 있고, 심지어는 돈을 모으는 카페나 주점 등을 열어 도움을 줬던 적도 있다"며 "최근에는 천막 근처에서 콘서트를 개최해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에는 학교 측에서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학생들의 도움으로 천막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117일 간의 천막 농성,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캠퍼스 한복판에서 117일 동안이나 지속된 천막 농성에 학생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이 학교 한국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민경현(21) 군은 "매년 학과 차원에서 연대주점을 열어 도움을 전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 이랜드 노조 등과 연대한 주점을 매년 개최해 왔다"면서 "학생들이 교수님(김 분회장) 농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며 아쉬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문과대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유지인(24) 양 역시 "천막 현장을 지킨 적도 있고 교수님과 함께 여의도 시위에도 참여한 경험도 있다"며 "정의라는 관점을 넘어서 학생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꾸준히 학생들끼리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막에서 1인 시위를 위해 자리를 옮기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앞으로 날씨가 더워져 걱정이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이날 학생들의 이동이 빈번한 정경관 후문에서 오후 1시까지 1인 시위를 전개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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