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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11개월, 일본은 무엇을 이야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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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11개월, 일본은 무엇을 이야기하나 국내에서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는 최근 새 소설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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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가 새 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 장편으로는 10년만이다. 뮤직비디오, CM 등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상 작업을 해온 그는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시작이 된 인터넷 소설을 비롯 다양한 글도 써왔다. < NOW and THEN 이와이 슌지 >, <하나와 앨리스 사진관> 등 수 권의 에세이집과 사진집을 펴냈으며 ‘아미노 산’이란 펜네임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도쿄 시부야에서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의 출판 기념 토크 이벤트가 열렸을 때, 수십 명의 취재진은 대부분 포스트 3.11에 관해 질문했다.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가 방사선 오염 마을을 무대로 예상치 못한 변화를 거듭해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11개월이 지났다. 이와이 슌지는 지금 일본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엄밀히 말하면 이와이 슌지의 새 소설은 포스트 3.11이 아니다. 그는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를 <4월 이야기>를 끝내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구상하던 중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집필 중 이야기의 틀이 잘 잡히지 않아 이후 자료 조사의 시간을 더하면서 완성이 2012년까지 늦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집 보는 개는 정원을 지킨다>는 3.11 이후 일본의 한 단면을 짚어내는 작품이 되었다. 소설은 경비원으로 일하는 청년 우마소를 주인공으로 한다. 방사선 오염으로 정자 고갈이 된 사회, 사람들은 우수한 정자를 돈으로 팔고 산다. 정자은행이 등장하고, ‘종마성금’이라 불리는 가격이 책정된다. 생식기의 우열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는 시대다. 우마소는 성인이 됐지만 생식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는 열성인자가 되어버린 자신, 그리고 기이하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탈출의 출구를 모색한다. 이와이 슌지는 이 책을 ‘성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포스트 3.11,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을 말한다


대지진 이후 11개월, 일본은 무엇을 이야기하나 영화 <두더지>(왼쪽), 다큐멘터리 <311> 모두 대지진 이후 달라진 삶을 다루고 있다.

성기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이 짙게 묻어나는 이와이 슌지의 새 소설은 개발 중심의, 혹은 더 나아가 원전 의존 사회가 되어버린 일본의 현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소설 속에서 열성이 되었지만 원전의 지킴이처럼 기능하는 주인공 우마소는 현재 일본이 처한 위치를 은유한다. 이와이 슌지는 10년이나 빨리 일본의 현재를 예감했는지 모른다. <차가운 열대어>, <두더지>로 2011년 다시 한 번 일본 영화계를 놀라게 한 소노 시온도 포스트 3.11에 대한 신작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두더지>에서 이미 3.11 이후 희망의 메시지를 넌지시 담았던 소노 시온은 평화로운 마을에서 농사를 지며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이 대지진 이후 서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목은 <희망의 나라>. 그는 “지금 일본에서 꼭 완성해 보여드려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1월 촬영에 들어간 <희망의 나라>는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모리 타츠야, 야스오카 타카하루, 와타이 타케하루, 마츠바야시 요쥬 등 네 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311>은 찬반양론으로 화제를 낳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15일째인 3월 26일 피해지인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을 찾은 네 감독은 재해지역의 실상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훼손된 시체, 슬픔에 복받쳐 우는 유족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 진다. 미디어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또 몇몇 장면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은 “도대체 여기에 내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다. 비극의 관망자가 되어버린 남겨진 사람들의 과제를 묻는 이 작품은 포스트 3.11의 첫 단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먼저 공개된 1월 8일 ‘좌 코엔지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311>은 비판이 섞인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굳이 훼손된 시체를 카메라에 담은 이유가 무엇이냐’, ‘시체로 돈 벌려는 심산이냐’는 비난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모리 타츠야 감독은 “3.11 이후 너무나 냉정해져버린 사회 분위기에 의문을 느낀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양심의 가책, 혹은 찜찜함이다. 그 맥락에서 영화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앙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이 진행 중이다. 3.11 이후 일본의 영화, 문학, 예술은 일본 사회를 어떻게 담아낼까. 지금 포스트 3.11의 중요한 첫 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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