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온열기 10일 이상 빨리 가동·방한복 지급 등 월동준비 분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12월초부터 가동하는 온열기를 열흘여 앞서 최근 사용하기 시작했다.
빨리 찾아온 추위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조선소에서 조업하는 3만명 분(협력업체 포함)의 방한복과 상하의, 방한모 등 월동 장비도 미리 지급해 착용토록 했다.
거제도에 소재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남쪽에 있어 아직은 따뜻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체감하는 추위는 휴전선을 눈 앞에서 바라보는 전방 부대와 다를 바 없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체조 등을 통해 굳어진 몸을 풀고, 안전 구호 외치기 등을 통해 사고 예방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월동 장비와 온열기 이외에도 겨울철 단팥죽이나 오뎅국물 등 특별식도 준비해 직원들에게 휴식 시간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특별식이 식기 전에 수백만평에 널려 있는 직원들에게 공급해야 하니, 배달 시간이 되면 오토바이와 승용차 등 가용 교통수단이 총동원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는 눈이나 비는 많이 내리지 않지만 벌판이다 보니 다른 사업장에 비해 겨울바람이 상당히 매서운 편이다"라면서 "차가운 철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반드시 보온ㆍ안전 장갑을 착용토록 하고 바닥에 얼음판이 생기지 않도록 물기를 없애는 등 직원들이 조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동절기 대책을 빨리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달 초 만해도 여름에 가까웠던 날씨가 한 순간에 겨울로 뒤바뀌면서 사업장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체감하는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일찍 찾아온 한파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안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장치산업인 정유공장은 24시간 가동하는 시설이라 사소한 사고 하나만 발생해도 전체가 중단되기 때문에 동파 등 시설 정비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은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월동준비에 돌입했는데, 자동화된 생산라인에 설치되 현장의 신호를 조정실로 보내주는 센서가 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센서라인에 부동액을 주입하거나 보온이 필요한 감지기에는 추가 보온작업을 실시한다"며 "특히 배관을 따라 흐르는 석유가 온도가 낮아지며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뜨거운 증기를 배관 주위로 공급,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시뻘건 쇳물을 생산하는 제철소는 눈이 쌓이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사업장보다 더욱 더 안전관리에 임해야 하는 곳이 바로 제철소다. 뜨거운 고로ㆍ공장과 칼바람이 부는 도로의 경계가 공장 대문 하나에 따라 갈리다보니 직원들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고, 설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업체들은 사업장 주변에 셸터를 설치해 직원들이 따뜻한 공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시설 정비 요원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사내 의료요원들은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실시간 체크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는 겨울철 전력부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전력 수요절감을 위해 제철소 발전설비의 수리시기를 조정하고 있으며, 국가 전력공급 비상이 발생 할 경우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력사용이 최대치일 때는 전기로 조업 등의 부하조정과 가용한 비상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는 추운 날씨에 대비한 국제 안전 운항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륙 전 지상에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또 동절기 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겨울 항공기 표면이 얼거나 눈이 쌓이면, 반드시 이륙 전에 제ㆍ방빙 작업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이 작업은 환경오염을 고려해 전용 처리장인 디아이싱 패드에서 진행되며,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 8대, 김포공항에 3대의 디아이싱 트럭을 운영 중이다.
연중 항온항습을 유지하는 전기ㆍ전자 분야는 한파로 인한 피해가 적다. 그러나 계절적 수요에 맞춰 최대 공장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겨울에는 계절 가전인 에어컨 공장 가동을 줄이고 가습기 에어워셔 난방기 라인 가동률을 늘린다는 것이다.
택배업체들도 겨울은 일하기 힘든 계절이다. 얼음 얼은 도로 사정으로 인해 배달시간도 지연되는데다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배달직원들에게 겨울 점퍼 등을 지급하는 한편, 각 지사와 사업소별로 스노 체인, 제설용품 등 월동 장비를 구비하도록 지침을 내려 보내 만일에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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