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105년 전통' 이명래고약, 역사 속으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잘 낫지 않은 종기엔 이명래, 이명래 고약!'으로 유명한 정통 '이명래(李明來) 고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명래 고약집으로 유명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빌딩 뒤편 명래한의원이 지난 6월 호프집으로 바뀌면서다.


이명래 고약은 1980년대까지 종기(부스럼) 치료제로 널리 쓰인 대표적인 고약(피부에 붙이는 접착성 한약제ㆍ膏藥) 상표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전 국민의 고약'이었다. 기름종이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까만 고약을 싼 형태로, 고약을 성냥불에 달궈 종기에 붙여 놓으면 며칠 뒤 누런 고름이 쏙 빠지고 상처가 아문다. 1906년 프랑스 선교사인 드비즈 신부로부터 서양 약학을 배운 고(故) 이명래 선생(1850∼1952)이 한방의서의 비방을 바탕으로 개발했으니 올해로 꼭 105년이 됐다.

이 선생은 이 고약으로 충청남도에서 치료를 해오다 1920년 서울로 올라와 이명래 고약집을 차리고 고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생의 사후, 이명래 고약은 '전통방식 유지'와 '대량생산'이라는 두 가지 길을 걷게 된다. 둘째 사위인 이광진씨(1996년 타계)는 1952년 '이명래 고약집 명래한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고약을 계속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이씨의 사위인 임재형씨가 3대째 정통 고약비법의 맥을 이어왔지만, 결국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명맥이 끊기게 됐다.


반면 선생의 막내딸인 이용재 여사(2009년 타계)는 1956년 명래제약을 세우고 이명래 고약의 성분을 일부 변경해 대량생산에 나섰다. 1970년대까지 종기 치료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02년 명래제약이 도산하면서 시중 약국에서 이명래 고약은 모습을 감췄다. 이후 판권을 인수한 GP제약이 밴드 형식으로 개량한 이명래고약, 이명래고약, 고려됴고약, 도표됴고약, 천일조고약 등 5가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약국에서 흔히 볼 수 없다.


명래제약이 제약 허가신고를 낼 때 오행초, 가래나무 등 일부 약 성분을 공개했을 뿐 여전히 이명래 고약의 다양한 약제를 비롯한 제조법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결국 20세기를 대표하는 신약은 후대에 명맥을 잇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