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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버려진 그러나 성공한' 이야기만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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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입양인대회 여는 스웨덴 다니엘 리 씨

"한국은 '버려진 그러나 성공한' 이야기만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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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그저 '버려진 불쌍한 아이'로 보이나요. 그래서 우리가 성공한 스토리를 듣고 싶나요?"


1977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다니엘 리(33, 사진, 한국명 이남원)가 묻는다.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 회장인 그는 오늘 8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스톡홀름에서 만난 그는 "대회가 두 달 남짓 남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대회 예산은 100만 스웨덴 크로나(SEK, 약 1억7000만원)다. 수중에 있는 건 15만 SEK가 전부다.


"10만은 협회 보유금이고 5만은 스웨덴 정부가 지원해줬습니다. 스웨덴 주재 한국 기업은 경기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네요. 한국 정부에도 후원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습니다."

정부로부터의 후원금은 '당연히 올 것'이라 믿었던 돈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를 두고 그는 '입양아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 때문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를 외국에 사는 한국인 즉 일종의 '교포'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왜 대회를 열고 모이려 하는 지에는 통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입양아들이 성공한 이야기를 발굴해 홍보하는 것이 정책의 유일한 목적인 듯해 아쉽습니다."


우리의 기억이 '한국을 떠난 갓난아이'에 멈춰있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 33살 청년이 된 다니엘은 저출산 문제를 꺼내며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비록 발전했다지만 유럽 사람 머리 속에는 아직도 '입양아 많이 보내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여전합니다. 정부가 미혼모 지원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면서 저출산이 고민이라니 참 넌센스 아닙니까."


다니엘 리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스웨덴 회사에 다니던 중 매물로 나온 태권도장 정보를 얻고 그 길로 도장을 인수했다. 그에게 좋은 직장 버리고 태권도를 직업 삼게 된 이유를 묻자 "태권도를 하면 무언가 한국과 끈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톡홀름(스웨덴)=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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