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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빼돌렸다가 삭제해도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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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밀반출, 처벌 규정과 범위

<강신업 변호사의 생활법률 이야기>
강신업(사진) 액스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영업비밀 빼돌렸다가 삭제해도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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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은행 직원 A씨는 절친한 친구 B씨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줬다. 친구 B씨는 사업에 실패한 후 종적을 감췄고 A씨 집은 경매로 넘어갈 처지가 됐다. 어느 날 C씨가 나타나 A씨에게 "K은행이 보관중인 O회사의 주주명부를 넘겨주면 1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며칠간 고만하던 A씨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K은행 서버에 들어가 O회사의 주주명부를 다운 받았다. 양심에 찔린 A씨는 이튿날 다운받은 O회사 주주명부를 컴퓨터에서 삭제했다. 적발이 되면 명부를 컴퓨터에서 삭제한 것과 관계 없이 처벌을 받을까? 처벌을 받는다면 어떤 법으로 어떻게 처벌을 받을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영업 비밀을 취득 사용하거나 이를 공개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는데, ① 동법은 제2조 2항에서 ‘영업비밀’의 의미와 관련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동조 제2조 3항에서는 ‘영업 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규정하면서, 절취(竊取), 기망(欺罔),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 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 비밀을 사용하거나 비밀리에 특정인에게 알리거나 공개하는 행위 또는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 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 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등을 나열하고 있다. ② 동법 제18조에서는 처벌에 대해 규정하면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 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외국에 유출하는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거치지 않으면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20007도 6772)고 한다. 영업비밀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 및 영업비밀로서 특정이 되었는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자체의 내용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기간, 담당업무, 직책, 영업 비밀에의 접근 가능성, 퇴사 후에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2002마4380)고 정한다.


대법원의 입장을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보면, 온라인 쇼핑몰업체 웹사이트의 관리자모드를 구성하는 소스파일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정한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2007도11409)고 한 반면에, 직원이 퇴사하면서 가지고 나온,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회사의 영업 관련 자료(2008도3436), 거래처 배포용 등으로 제공되고 그 일부가 웹사이트에 공개된 휴대전화기용 미들웨어의 설명서(2006도9022), 및 보관책임자가 지정되거나 보안장치·보안관리 규정이 없었고 중요도에 따른 분류 또는 대외비·기밀자료 등의 표시도 없이 파일서버에 저장되어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자유롭게 접근·열람·복사할 수 있었던 회사의 업무관련파일(2008도3435)사례에서는 동법상의 영업비밀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다.


취득한 영업 비밀을 삭제한다고 해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자동차회사 직원이 다른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회사의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인 도면을 자신의 컴퓨터에 전송받았던 사건에서 나중에 이를 삭제하였더라도 미수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8도9169).


사례의 경우 K은행이 보유한 O회사의 주주명부는 O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경제적 이익에 대한 것이며,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았고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 비밀에 해당할 것이다. A씨가 C씨로부터 1억원을 받기로 하고 K은행 서버에서 O회사 주주명부를 다운받은 것은 영업 비밀을 부정 취득한 것으로 A씨가 주주명부를 C씨에게 넘기지 않고 파일을 삭제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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