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치수+관광', 지역경제 살리는 수변 랜드마크

30년 사업 화룡점정 '영산강 하구둑 리모델링'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난 달 29일 오후 1시. 가랑비를 맞으며 도착한 영산강 하구둑은 마치 바다물을 담고 있는 거대한 그릇 같아 보였다. 둑은 길이가 무려 4350m나 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가득찬 물은 높이 20m나 되는 거대한 방조제에 부딪혀 포말로 부서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강 중 하나인 영산강. 곡창인 전라남도의 나주와 송정, 학교평야를 가로지르는 영산강에 가득한 강물은 호남의 젖줄임을 웅변하는 듯했다. 정부는 이런 영산강의 구조개선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탓에 폭우가 자주 오면서 한꺼번에 많은 물이 영산강 유역으로 들어오는 까닭이다. 영산강이 과거처럼 넘치지 않게 둑을 보강하고, 배수관문을 새로 설치하는 등의 '하구둑 리모델링 사업'은 환경영향 평가와 공청회 등을 마치고 첫 삽을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영산강은 지난 30여년 동안의 치수사업을 통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면서도 범람하지 않는 '착한 강'으로 변신해왔다.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찾아와서 농민들에겐 골치거리였던 영산강은 지난 1972년 '영산강유역농업종합개발' 1단계 사업으로 상류에 장성ㆍ담양ㆍ광주ㆍ나주댐이 만들어면서 수자원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했다.강물을 다스리는 '치수'가 효험을 발휘한 덕분이다.

이어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계속된 2단계 사업으로 목포 동쪽 6km 지점에 무안군 삼향면 옥암리와 맞은편 영암군 삼호면 산호리를 잇는 영산강하구둑이 완공됐다. 이로써 영산강은 2억5400t의 물을 저장하고 5500ha의 농토를 확보하는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넉넉한 물을 담을 수 있게 되자 7만600ha가 넘는 주변의 광활한 농경지가 가뭄과 홍수의 악몽에서 벗어났고 농민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3단계 사업으로 영암ㆍ금호 방조제가 만들어졌다. 두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영산강은 3억780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1만2500ha의 땅이 새로 생겼고, 이 땅에 들어선 자동차경기장에서는 오는 10월 국제자동차경제대회 포뮬러 원(F1)이 열린다.


'착한 강' 영산강, 기후변화로 침수피해 잇따라
그러나 1989년과 2004년 태풍 '쥬디'와 '메기'의 공격으로 나주ㆍ광주ㆍ함평 일대 농경지 2만4000ha가 물에 잠겼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378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하우스 3823ha가 침수돼 4500억원 규모 피해가 생겼다.영산강 유역으로 유입되던 물의 양이 30년전 5600㎥에서 지난 해 8620㎥로 3000㎥ 넘게 늘어난 결과였다. 영산강이 다시 넘치기 시작한 것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탓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3월 기공식을 가진 이 사업은 30년 이상 해온 하구둑 사업의 화룡점정 격"이라면서 "2012년까지 6189억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공사는 모두 3공구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하나 뿐인 배수갑문을 2개 더 설치하고, 연락수로도 5.62km 확장한다. 어류이동, 관람시설, 전망타워 등 관광시설도 함께 만들어진다. 제수문(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방수로의 수량을 조절하는 문)도 2개로 늘어난다.


농식품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 사업단 관계자는 "새로 생길 영산강하구둑 배수갑문(1공구)은 너비 48m, 높이가 13.6m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면서 "물고기가 다닐 어도도 너비 4m에 길이가 1354m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공사에만 2220억여원이 쓰인다"면서 "또 영암호 배수갑문(2공구)은 길이가 80m에서 410m로 늘어나도록 총 2236억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길이가 15m인 영암 연락수로(3공구)도 140m로 확장된다. 너비 140m, 총연장 5620m 규격으로 사면보호공(친환경사면) 형식을 띤다. 3공구에서는 영암제수문 확장공사와 금호제수문 신설공사도 진행된다. 영암제수문은 길이가 30m에서 150m로 확장된다. 금호제수문은 30m 길이로 만들어진다. 3공구 공사에는 1732억원이 들어간다.


이 관계자는 "하구둑 리모델링이 완성되면 하구둑 시설물이 현대화돼 홍수 등 재해관리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생태가 복원되고 경관이 좋아져 지속가능한 하구둑 개발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수와 관광 동시에 초점…삶의 질 향상 기대
한마디로 이번 리모델링 사업은 '치수'에만 집중됐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사업과 달리 관광과 휴식ㆍ레져 등 영산강 하구둑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 경제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담수호 수질 개선은 이번 사업의 중요한 기대효과중의 하나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 농사를 짓는 서순도씨(63)는 "영산강 물을 이대로 두면 썩어버릴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면서 "하구둑 리모델링 사업은 무엇보다 강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사업으로서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질 개선을 바탕으로 이 지역이 레저관광 및 기업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면서 "(주민들이)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영산강사업단은 이번 사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생산유발효과 1조1035억원, 고용자 보수창출효과 2247억원, 고용유발효과 1만5929명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사업이 완성되면 영산강 홍수위가 저감돼 침수피해가 줄어들고 생태환경이 개선돼 해양과 하천이 공존하는 영산강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질이 개선돼 친환경 농산물 생산으로 농민 소득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수변랜드마크가 관광명소가 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생태공원을 교육체험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업으로 영산강과 목포 앞바다가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거듭나고 희망과 자연이 공존하는 으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