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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땅 '니제르 델타' 그곳은 왜 아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9초

1인당 국민소득은 500달러.. '부패'가 가장 큰 적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아프리카 최대 석유보유국 나이지리아. 지난달 30일 나이지리아의 무장반군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3개월간의 휴전을 깨고 다시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우마루 야라두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신병치료를 위해 사우디로 떠난 후 지금까지 외국에 머물고 있다. 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인구 1억 4000만 명의 대국에다 석유와 가스를 비롯해 금과 보크사이트 등 광물자원과 넘치는 팜 오일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아프리카 빈국의 하나로 남아있다.


2005년 기준 나이지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500달러 수준이다.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축구가 아니면, 외국인에 대한 납치나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 종교분쟁 등으로 국제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두바이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나이지리아인 젊은이 데이비드(29세) 씨는 자기 나라의 가난을 한 마디로 '부패'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유의 땅' 니제르델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25년 이상을 살았다는 데이비드 씨의 설명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한 선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선거가 있긴 했지만, 모두 부패로 얼룩지기 일쑤였다. 석유수입 등 자원 배분를 둘러싼 갈등에서 정치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독립 이후 여러 번의 쿠데타에 이어 선거로 권력을 잡은 권력도 부패하기 마찬가지다. 그들은 권력을 잡자마자 외국기업에 이권을 팔아 뇌물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서방의 대부분의 석유기업들이 이렇게 이권을 챙겨왔다.


지난 1950년대 처음 발견된 나이지리아 석유의 약 90%는 남부의 니제르 강 삼각주인 '니제르 델타'에 매장돼 있다. 그러나 1960년 식민지 종주국 영국인들이 나이지리아를 떠날 때 대부분의 이권을 북부의 이슬람 세력에 넘겨줬다. 그 후 남부의 기독교 세력은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석유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올루세군 오바산조(Olusegun Obasanjo) 대통령이 집권 당시(1999~2007) 석유수입의 13%를 니제르델타 주민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거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현재 니제르델타의 주민은 13%가 아니라 100%를 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0년간 석유수입이 거의 니제르델타에게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는 이해할 만도 하다는 것.


니제르델타 지역의 무장반군들이 끊임없이 석유시설 파괴에 나서고, 외국인들을 납치하는 것은 결국 정부로부터 또는 외국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한 손쉬운 수단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들은 또 원유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으로부터 손쉽게 석유를 훔쳐내 이를 싼 값에 서방기업에 팔고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곤 한다고 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씨는 "무장반군들은 돈이 목적이기 때문에 비록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겠다고 협박은 하지만, 돈만 주면 인질을 풀어주는 게 보통이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이념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인들을 납치한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 많은 서방 석유기업들의 비즈니스맨들은 비교적 안전한 도시인 '아부자'와 '라고스'에 머물면서, 현장으로 갈 때는 헬리콥터를 주로 이용한다. 육로를 통해서는 언제 반군들에게 납치될 지 모르기 때문.


그러나 데이비드 씨는 "사람을 납치하고 석유시설을 파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범죄행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따라서 최근 나이지리아 정부가 '범죄자들'에게 월급과 직업교육, 일자리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장반군들이 납치를 하고 시설을 파괴하면 할수록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주리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나이지리아에도 전혀 희망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3년 오바산조 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경제금융범죄조사위원회(EFCC)를 출범시키고 누루 리바두(Nuhu Ribadu)라는 젊고 걸출한 인물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원의원, 현직 장관, 경찰 고위간부, 은행가 등을 기소하면서 나이지리아의 부패를 척결해 나갔다. 2006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60년 독립이후 나이지리아의 부패한 권력자들이 약 3800억 달러의 자금이 착복했고 낭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07년 우마루 야라두아 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 해임돼 지금은 미국에 머물고 있다.


데이비드 씨는 "나이지리아를 구하려면, 지금이라도 다양한 종족과 종교의 대표자들이 원탁에 모여서 특별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적인 절차가 왜곡돼 있기기 때문에 지금의 정치 프로세스로는 바람직한 이해관계 조정이나 합리적인 자원배분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나이지리아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축구만큼은 하나 같이 누구나 좋아한다. 다양한 종족과 종교, 그리고 이권에 따라 지금은 나라가 찢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공통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지금 이러한 소망은 여전히 당장 가질 수는 없는 '탐나는 소망'(wishful hop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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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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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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