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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과학자가 우리의 파트너"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세계적 신약 '로섹'과 '넥시움'의 고향 스웨덴 몬달(molndal) 아스트라제네카 R&D 센터. 서류뭉치를 든 한국 과학자 7명이 이곳을 찾았다. 간단한 인사말 후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과의 1대1 토론장으로 향한다. '한방추출물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신약물질 발굴'이란 프로젝트를 준비한 박정의 성균관의대 교수는 비공개 토론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기자를 다시 만났다. "잘만 되면 좋은 신약이 될 것 같다. 동양 의학적 접근이라 이곳 과학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런 이방인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그 성과물을 공유하는 '가상신약개발연구소'를 9년 째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원이자 파트너인 셈이다.


◆신약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가상신약개발연구소(VRI, Virtual Research Institute)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세계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위해 2000년 만든 신약개발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브레넌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이 방한했을 때 일본에 이은 두번째 참여국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총 23개 팀이 1년에 3만 5000달러 씩 3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아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이디어' 수준의 작은 희망에도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연구형 제약기업의 전형적 전략이다. 그렇다고 성과물을 제약사가 독차지 하는 그런 계산적 셈법은 아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권리 행사는 연구자 우선이므로 과학자와 제약회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전략이다.

에바 허트카메호 수석연구원(VRI 총괄책임자)은 "변화된 의약품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의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5년 15%에 불과하던 외부로부터의 신약도입 비중을 올 해 39%까지 끌어올려 산-학-정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의 새 코드 '외부화'


신약은 R&D 중심 제약기업의 핵심 무기이자 자존심이다. 자신의 R&D 능력을 대변하는 '신약'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외부에서 충당하려는 추세가 강해진 건 급변하는 업계 환경 때문이다.


2012년 시장규모 542억 달러에 달하는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다. 예전 같으면 유망한 신약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신약은 갈수록 비싸지고 또 귀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된 투자금은 거의 2배, 걸리는 시간은 30% 정도 증가했다. 반면 상품화에 성공한 신약의 개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원인은 다양하다. 시장 경쟁은 심화되는데 맞춰야 할 보건당국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더 오래 동안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신약의 비용 대비 효율성은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돌파구를 '외부화' 정도로 번역되는 'externalisation'으로 삼았다. R&D 분야 뿐 아니라 생산, 인력관리 등 전사적인 화두다. VRI와 같이 외부 개발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사의 신약으로 편입시키려는 전략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신약의 원천도 자사 R&D 센터에서 공공 연구소, 벤처기업, 타사와의 연합전선, 대학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美콜럼비아대학, 스웨덴 카롤린스카 인스튜티튜트.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등 세계적 연구기관과 250여 가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신약 후발주자인 한국과도 VRI 뿐 아니라 의료기관, 학술단체, 정부기관 등과 프로젝트 40여 가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하는 의료진만 8000명에 이른다.


◆"최종 위너는 혁신을 찾는 기업"


상황은 어렵지만 제약산업은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바다다. 2만 2000여개 인간유전자 중 질병과 관련 있는 것이 10∼30%다. 존 스틸 아스트라제네카 초기 약물개발 담당자는 "현재 개발된 약들은 100여개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여전히 500여 개의 새로운 타깃이 약물화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광은 '바이오의약품'다. 우리나라에선 '바이오시밀러'란 개념이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있으나, '바이오신약'이 다국적제약사의 대세로 떠오른 건 이미 수년 전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5년 2%에 불과하던 바이오의약품 신약 비중을 올 해 25%로 증가시켰다. 이 역시 바이오 분야에 강점을 가진 벤처와의 합병이나 공동연구 등 '외부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망한 바이오신약후보를 찾기 위해 벤처기업과의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쉘 안데르손 R&D 과학협력 책임자는 "신약을 찾기 위해선 체질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위너(winner)는 혁신을 찾는 회사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외부화(externalisation)이며 외부화는 '관계(relationship)'이지 '딜(deal)'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몬달 R&D 센터>



영국에 본사를, 스웨덴에 R&D 본부를 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매출액 기준 세계 5위 제약사다. 10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엔 1992년 진출했다. 위장약 넥시움, 고지혈증약 크레스토, 천식약 심비코트, 정신분열증약 세로켈, 항암제 아리미덱스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8개국 17개 R&D 센터에 1만 2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신약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16%를 R&D에 투자한다. 지난해 투자액은 51억 달러다. 2009년 7월 현재 총 144개의 신약후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중 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3상에 이른 약이 30개에 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심혈관계 및 소화기계 약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몬달 R&D 센터엔 총 2529명의 과학자가 근무한다. 1988년 세계 최초의 PPI(프로톤펌프억제제)인 위장약 '로섹', 2000년에는 세계 1위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넥시움'이 이 곳 연구진에 의해 탄생했다.

스웨덴 몬달=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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