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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깜짝 실적'이 반갑지 않은 이유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연이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을 웃도는 실적 향상의 엔진이 경기회복에 따른 매출 증가가 아닌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까지 3분기 실적 발표를 한 95개 S&P500 기업들 가운데 79%가 전문가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기업 순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평균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톰슨로이터의 예상치인 -24.6%의 절반 수준이다.

잇따른 어닝서프라이즈에 톰슨로이터는 이번 주 들어 S&P500기업들의 전년동기 대비 순익 감소 전망을 -21.5%로 상향조정했다. 톰슨로이터는 연간 순익 전년동기 대비 감소율 전망도 당초 -16.9%에서 -9.7%로 수정했다.


하지만 실적개선의 일등공신이 비용절감이라는 사실이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매출이 여전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대대적인 감원과 비용 축소가 이를 상쇄하면서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

구글과 야후 등 IT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지난 3월부터 전체인력의 1%에 해당하는 200명을 감원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신문, 라디오 광고부문을 정리했다. 그 결과 3분기 구글의 자본지출은 1억8530만 달러로 전년동기 4억5150만 달러에서 크게 줄어들었고, 순익도 주당 5.89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5.43달러를 웃돌았다. 야후도 웹사이트들을 폐쇄하고 기업 역량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서비스로 집중시킨 끝에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불어난 순익을 올렸다.


비용절감 효과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화악업체 듀퐁과 자산운용사 블랙록, 제약업체 화이자 등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3분기 실적개선을 이끌어낸 기업들로 꼽힌다. 특히 올들어 6500명의 인력을 내쫓았던 화이자는 와이어스와의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을 무렵까지 2만 명 가까이를 감원할 계획. 그 결과 3분기 화이자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했지만 순익은 26%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블랙록 역시 비용절감과 주식시장의 랠리 효과로 3분기 순익이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지역 소득세법 변화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배당금과 임직원 보너스를 줄여 8%의 순익 증가를 이끌어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실적호조세는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중장비 업체 캐터필러의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이 찜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캐터필러의 순익은 주당 48센트로 전문가 예상치 6센트를 크게 상회한다. 그러나 매출은 73억 달러로 전년동기 130억 달러에서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예상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난 것. 모닝스타의 아담 플럭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전형적인 비용절감 효과”라고 설명했다.


세계1위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유나이티드 테크 측은 “내년부터 순익은 오를 것으로 확신하지만 문제는 매출”이라며 “매출 성장세가 견고해질 때까지 비용절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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