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저축은행 인수시 인센티브 적용 '毒'될까 우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제시한 인센티브제가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인수합병(M&A) 촉진 방안으로 인해 대형 저축은행들이 '몸집불리기'식의 외형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에도 불구 105개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총 자산규모는 71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 69조2187억원 보다 1조8813억원 2.7% 상승했다.
이 중 상위 10여개 저축은행들의 자산 증가액이 전체의 5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외형 확장 경쟁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현대스위스(현대스위스ㆍ현대스위스Ⅱㆍ현대스위스Ⅲ)은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예한울저축은행의 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 인수 확정 시 자산규모가 4조6268억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앞서 토마토(토마토ㆍ토마토Ⅱ)은 지난 3월 부산 소재의 양풍저축은행을 인수, 총 자산규모 3조3615억원으로 업계 선두주자로 나섰으며, 부산(부산ㆍ부산2ㆍ중앙부산ㆍ대전ㆍ고려)도 대전과 고려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를 7조1730억원으로 늘렸다.
이미 솔로몬(솔로몬ㆍ부산솔로몬ㆍ호남솔로몬ㆍ경기솔로몬)과 한국(한국ㆍ진흥ㆍ경기ㆍ영남)은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구축, 각각 자산규모 5조9946억원, 7조3357억원을 기록중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의 이러한 행보는 금융당국이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인수자금 120억원 당 1개의 지점을 영업권역 외에 설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보다 많은 네트워크 활성화를 원하는 대형사들이 자산건전성 악화에도 불구 인수전에 나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산건전성은 아직까지 취약한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외형 및 단기수익 중심의 경영 보다는 무수익여신 상각과 자본성자금 확충, 신용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2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일반은행의 성장률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자산건전성은 은행권에 비해 완화된 분류기준이 적용됨에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상회하는 등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BIS 비율도 지난해 말 9.29%로 일반은행 평균 12.7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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