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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일본銀 총재.. '떠밀려온' 취임 1주년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9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의 금융정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몇 점을 줄까.


교토대학에서 금융정책론을 강의하던 시라카와 총재는 당초 일본은행 부총재에 임명됐다. 하지만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전 총재의 후임을 놓고 벌인 여야의 난타전으로 우여곡절 끝에 떠밀리듯 총재 자리에 올랐다.

당시 세계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휘청거리기 시작했지만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그는 후쿠이 총재가 이루지 못한 '금리정상화'를 정책기조로 잡고 금리인상 노선을 추구할 셈이었다.

하지만 가을부터 몰아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그의 금융정책은 명함도 못 내밀 처지가 됐다. 시장에 자금이 마르자 유동성 공급 압력을 받게 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로 공조에 나선 것.

세계2위 경제대국의 중앙은행 총재로서 시라카와는 자신의 방침과 세계 공조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갈등은 오래가지 못하고, 10월 31일에 7년 7개월 만에 처음 금리인하를 결정, 0.3%로 낮췄다.

당시 시장에서는 "금융 위기에 대한 강 건너 불구경식의 안일한 대응"이라며 뒷북정책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이는 한편, 미국·유럽 금융 당국의 움직임에 떠밀려온 정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자 그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금리는 작년 연말 0.1%로 낮아져 제로수준까지 떨어졌고,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매입과 기업어음(CP)·회사채 매입, 그것도 모자라 은행 후순위채 매입에까지 나서는 등 그의 실탄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라카와 총재는 평소부터 "기업이 파산하면 그에 대한 손실 리스크를 중앙은행이 진다"는 신념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재무 악화는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그의 방침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낸 후지와라 사쿠야(藤原作彌)는 "불안한 정세 가운데 취임해 금융위기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 금융당국자와의 네트워크와 버블 붕괴 후 금융정책에 관여한 경험을 잘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시장과의 대화를 좀더 깊이 해 불투명한 앞날에 대처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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