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정치스페셜리스트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이재명 일극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친명(친이재명)'에 기대고 있는 김 총리의 정치적 운명은 이재명 대통령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27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한 김민석 국무총리. 삼프로TV 갈무리
27일 공개된 유튜브 삼프로TV 인터뷰에서 김 총리는 "나는 오래된 민주 대통합론자이지만 그날 그런 방식으로 발표될 것이라는 점은 몰랐다.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논란"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의 이날 언급은 현 여권 주류 세력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지금 여권 내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는데 하필 왜 이 시점에, 사전 논의도 없이 대표가 결단하는 듯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느냐'는 불만이 깔려 있다.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있다. 김 총리의 말은 은근히 정 대표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가 주요 정책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엇박자를 보인다는 '당청 갈등'에 대해선 "문제를 푸는 스타일 정도의 차이다. 과도한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유력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본인도 부인하지 않는다. "총리가 되면서 마음 정리를 했다"고 서울시장 불출마를 다시 확인하면서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 총리는 지난해 침수 피해 현장 시찰,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등 명목으로 여러 차례 호남을 찾았다. 최근엔 'K-국정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이미 서울, 강원 춘천, 경기 수원, 경남 사천, 전북 전주 등을 찾았고, 다음 달 11일에는 제주를 찾는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해 밴스 미 부통령 등과 만난 것도 '체급 높이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총리가 단독으로 방미한 것은 1985년 노신영 총리 이후 41년 만이다. 'K-국정설명회' '방미' 등은 이 대통령의 김 총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배려를 엿보게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6.1.27 사진공동취재단
정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점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합당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작다. 정 대표가 합당을 마무리 짓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의 입지는 더 단단해진다. 만약 합당에 실패해 정 대표가 흔들릴 경우 김 총리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 당 대표와 관련해서 볼 때 두 사람은 한 사람이 올라가면 다른 사람은 기울어지는 길항관계가 됐다.
두 사람의 미묘한 흐름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정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어준씨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총리를 제외해 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에 "빼달라는 것도 자유고, 넣는 것도 이쪽이 결정할 일"이라며 거절했다. 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줘 경쟁력을 약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두 사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소를 지키는 것도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진보 진영의 대부'인 이 전 총리를 추모하는 모양새이나 다르게 보면 '당권 경쟁'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친명' 한준호 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행위 자체가 의심을 불러왔다"며 정 대표를 직격한 것도 정 대표에 대한 '친명'의 공세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당 당권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