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최근 이른바 '스와팅(Swatting)'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와팅은 허위 신고, 가짜 협박을 통해 경찰관, 구조 대원 등 응급 인력을 엉뚱한 장소로 보내는 행위를 뜻한다. 통신 기술 발달로 신원을 숨긴 채 스와팅할 수 있는 방법이 늘다 보니, 미성년자 스와팅 범죄도 늘고 있다.
통신사, 방송국 사옥 등을 폭파하겠다며 '스와팅' 범죄를 벌인 1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KT 분당 사옥, 강남역, 부산역, MBC, SBS 등에 허위 협박 메시지를 보낸 10대 A군을 체포, 공중협박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군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해당 6곳에 협박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군은 "KT 사옥에 폭탄을 설치했고, 오후 9시에 폭파할 것", "방송국을 폭파하겠다", "100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 등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적었다. '김XX'라는 명의의 토스뱅크 계좌번호를 기재하기도 했다. 그는 별다른 신원 확인 조회 절차 없이도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을 골라 범행했으며,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게시글을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등학교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을 올린 10대 B군이 붙잡히기도 했다. 범행 당시 B군은 "(나를) 절대 못 잡는다. VPN으로 5번 우회하니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며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허위 협박, 신고 등을 통해 공권력을 출동시키는 범죄를 스와팅이라 칭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특수 경찰팀인 스왓(SWAT)을 출동시킨다는 뜻을 담아 만들어진 신조어다. A군, B군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소방 당국 등은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응 과정에 행정력을 사용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경찰 특수부대 스왓(SWAT)팀. 스와팅은 스왓팀 등 공권력을 출동시킨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FBI 홈페이지
해외에서 스와팅은 오랜 시간 수사 당국의 골머리를 썩이는 난제였다. 과거 스와팅은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허위 신고 전화를 거는 형태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해 신원을 숨긴 채 협박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코드' 등 해외에 본사를 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와팅을 모의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스와팅 범죄를 벌인 청소년 다수가 디스코드에서 스와팅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등에선 유명인을 겨냥한 스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인의 집 주소를 스와팅 장소로 삼아 경찰 특공대를 출동시키는 방식이다. 실제 2023년 유명 미국 성우 네드 루크는 자택에서 팬들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경찰 수색을 받았는데, 이후에야 자신이 스와팅 피해자였음을 알게 됐다.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2023년 말부터는 미국 민주당, 공화당 등 정치권 인사를 표적으로 삼은 스와팅도 폭증했다.
스와팅은 피해자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응급 인력이 제때 필요한 장소에 배치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범죄다. 미 상·하원은 지난해 1월 '스와팅 종식법'을 각각 발의, 스와팅을 '테러급 범죄'로 격상하고 형량을 높이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스와팅으로 인해 사망·중상해가 발생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 부과 ▲단순 인력 출동에도 비용 전액 환수 등이 골자다.
국내에선 지난해 3월부터 공중협박죄가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