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중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당국이 콘돔, 피임약 등 피임 용품에 13%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의 출산 도우미 인력 송출 업체 리밍에서 도우미 여성들이 실물 크기의 아기 인형으로 아기 돌봄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중국 정부가 새해부터 피임 용품에 부가세(13%)를 부과한다고 보도했다. 그간 피임 용품은 부가세가 면제였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인구가 감소하는 등 출산율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피임 용품에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어렵게 만들어 피임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평생 쓸 콘돔을 부가세 부과 전에 사두겠다", "정부는 아이 키우는 비용이 콘돔값보다 비싸다는 걸 모르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산율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양육 비용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피임 용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치안 차이 미국 버지니아대 인구통계연구그룹 연구자도 AP통신에 "부가세가 출생률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콘돔 사용률이 떨어졌을 때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성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외신은 "중국의 성병 감염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2024년 임질 환자는 10만명, 매독 환자는 67만명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 감염자 역시 1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이번 정책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원치 않는 임신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피임 용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구매 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안에서 거주하는 한 중국인은 외신에 "부가세가 부과되면 학생이나 저소득층이 성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출산이라는 개인적 선택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앞서 중국 일부 지역에서 여성들에게 생리 주기나 출산 계획을 묻는 연락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편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추진했던 중국은 2022년 이후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에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고, 2016년에는 두 자녀·2021년에는 세 자녀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을 막지 못했고, 세계 인구 1위 자리도 2023년 인도에 내줬다. 2024년 출생아는 954만명으로, 출생아가 1687만명이었던 2014년과 비교했을 때 56%나 급감했다.
베이징의 위와(育娃)인구연구소는 2024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치열한 교육 경쟁에 따른 학비 부담, 여성의 일·가정 양립 어려움이 양육 비용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로 자산 가치가 흔들리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도 상황을 악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