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 부의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챗GPT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며 부를 축적하는 속도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어플 퍼플렉시티의 로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AI 산업을 중심으로 젊은 신흥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2022년 이후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단기간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성장 경로와도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머스크는 1999년 엑스닷컴 창업 이후 페이팔 매각과 스페이스X·테슬라 설립을 거쳐 2012년에야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오픈AI 출신 미라 무라티(37)는 지난 2월 스타트업 '싱킹머신스랩'을 창업한 지 4개월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같은 오픈AI 출신인 일리아 수츠케버(39) 역시 지난해 6월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를 설립한 뒤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32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2022년 로봇 스타트업 '피겨AI'를 세운 브렛 애드콕(39)은 개인 순자산이 약 195억 달러로 불어났고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이끈 아라빈드 스리니바스(31)의 회사 역시 기업가치 2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법률 AI 기업 '하비'의 경우 올해 초 3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최근 80억 달러로 급등하며 창업자들의 자산도 크게 늘었다.
NYT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단기간에 '초고속 부자'가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예외적인 사례로는 메타의 투자를 받은 스케일AI가 거론됐다. 스케일AI는 2016년 설립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거쳤다는 평가다.
AI 신흥 부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젊음'이다.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의 마이클 트루엘 CEO는 MIT를 중퇴한 뒤 3년 만에 20대 억만장자가 됐고 채용 플랫폼 '머코'의 브렌던 푸디 CEO 역시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해 단기간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일궜다.
다만 성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루시 궈 스케일AI 공동창업자와 미라 무라티를 제외하면 신흥 억만장자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기존 실리콘밸리의 구조적 편중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들의 자산 대부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주식 평가액이라는 점에서 '서류상 억만장자'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실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기업 가치와 함께 부 역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