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놀이터 잡아라'…패션 대기업, 30대 젊은리더 '전진 배치'

30대 팀장이 기획 주도…트렌드 대응 속도 높여
패션 대기업 인사 키워드는 ‘젊은 감각’

패션 대기업들이 30대 젊은 리더를 앞세워 세대교체에 나섰다. 패션의 소비 축이 20·30세대가 자주 찾는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 기획과 의사 결정을 책임지는 팀장급에 1990년대생을 배치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가 운영하는 '헤지스'(HAZZYS)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 영라인 '히스헤지스'의 신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벤자민 브라운을 선임했다. 벤자민 브라운은 1990년생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키스(KITH), 챔피온(Champion) 등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번 인사는 히스헤지스가 기존 헤지스 남성 사업부에서 분리돼 TF(태스크포스)팀 체제로 전환, 단독 사업팀으로 운영되면서 이뤄졌다. 히스헤지스는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로, 기존에 사용하던 강아지 로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총괄하는 역할로, 상품 기획과 디자인은 물론 시즌 콘셉트 설정, 비주얼 전략, 주요 의사결정 전반을 주도한다. 히스헤지스는 벤자민 브라운을 중심으로 20·30세대 감도에 맞춘 브랜드 재정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LF는 20~30대 잘파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 '아떼바네사브루노'와 'TNGT'도 젊은 리더십을 적용했다. '발레코어'룩을 적용해 '르봉백'붐을 일으켰던 아떼바네사브루노는 최근 30대 신임 팀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만큼 20~30대 직원들이 상품 기획과 콘텐츠 전반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르봉백은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인 '헬로키티'를 적용한 르봉백과 파우치, 토트백, 키링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를 전개하고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TNGT는 30대 팀장을 앞세운 효과가 이미 나타났다. 25~35세 남성을 타깃으로 정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적용한 결과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처음으로 달성, 온라인 전환 4년 만에 매출이 3배나 폭증했다.

코오롱FnC도 온라인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중심으로 브랜드팀장에 1986년 이후에 태어난 30~39세의 직원들을 앉혔다. 회사의 30대 관리자(팀장, 파트리더 포함)의 비중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데, 전년 대비 38%가량 증가한 것이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9월 그룹 인사에서 40대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해 주목받았다.

1980년 출생인 서민성 코스메틱 1부문 대표가 화장품 사업을 이끌고, 이승민 코스메틱 2부문 대표도 1985년생이다. 최근 K-뷰티가 20·30세대의 인기를 등에 업은 인디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만큼 젊은 감각을 갖춘 인재를 전면에 세운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코스메틱 사업 부문의 40대 팀장 비율은 전체 78%에 달하고 80년대 이후(45세 미만) 태어난 팀장의 비율은 전체의 45%에 육박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젊은 팀장들을 올려 예비 임원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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