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국내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지난해 한층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5년 만에 감소한 데다 고환율이 물가 전반에 압력을 주면서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이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지난해 평균 근로소득은 40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시·일용직 중심의 고용환경이 악화된 점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아시아경제DB.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억 2006만 원으로 3.7% 증가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증가 폭은 다소 둔화했지만, 결과적으로 상·하위 간 근로소득 격차는 약 30배로 다시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하위 계층의 소득 추이는 더욱 뚜렷한 취약성을 보여준다. 1분위 근로소득은 2018~2019년 큰 폭으로 줄었다가 코로나19 시기 정부 지원과 노동시장 회복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반면 상위 계층은 2017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근로·사업·재산·이전 등 모든 소득원을 합산한 전체 소득에서도 양극화 흐름은 유지됐다. 상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4.4%로 전체 평균(3.4%)을 유일하게 웃돌았다. 하위 20% 소득도 3.1% 증가했지만, 이는 연금·보조금 등 공적 이전소득 확대 영향이 컸다. 즉, 근로 기반의 개선 없이 '이전소득 의존'이 더 커진 구조다.
자산 격차는 더욱 극심하다. 올해 3월 기준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3억 3651만 원, 하위 20%는 1억 5913만 원으로 약 8.4배 격차를 보였다.
여기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17억 7615만 원, 하위 20%는 2588만 원으로 68.6배 차이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치다.
저소득층의 일상 소비 구조를 보면 압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비지출의 약 40%를 식료품, 주거비, 전기·가스 비용 등 필수 지출에 사용했다. 상위 20%의 두 배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 가격도 오름세가 예상되면서 도시가스·난방비 인상 압력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5.6% 상승했으며, 원재료 부담이 커진 가공식품 가격도 연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집중될 경우 생계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근로소득 비중이 낮고 필수지출 비중이 높은 1분위 가구는 '가격 변동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만큼, 물가 상승의 충격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소득 보강,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식료품 물가 안정 정책 등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