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관세청이 해마다 급증하는 마약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를 구축하는 등 단속에 고삐를 죈다. 본래 코리안 데스크는 '외국 현지 경찰 부서에 한국 경찰관이 파견돼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 도피 사범 송환·범죄 수사 공조 등을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 구축은 이 제도를 마약단속에 접목·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5일 관세청은 서울본부세관에서 이명구 관세청장 주재로 '2025년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가졌다. 회의는 올해 마약단속 적발동향을 공유하고 초국가 마약범죄에 대응한 국제공조 성과와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을 위한 '관세청 마약단속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명구 관세청장이 최근 내부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경단계에서 적발한 마약밀수는 총 1032건에 2913㎏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45%, 중량은 384% 증가한 수치다. 마약밀수 적발현황은 ▲2021년 1054건에 1272㎏ ▲2022년 771건에 624㎏ ▲2023년 704건에 769㎏ ▲2024년 862건에 787㎏ 등의 등락을 보였다.
올해 적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선박을 이용한 대규모 마약밀수 등의 영향이 컸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4월 강릉 옥계항(1690㎏), 5월 부산신항(600㎏)에서 선박을 이용한 대량의 코카인 밀수 시도를 적발했다. 두 건에서 적발한 마약류 중량만도 총 2290㎏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코카인의 생산·압수·투약자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이를 콜롬비아 현지에서의 코카인 불법 재배가 급증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서로를 자극해 생긴 악순환으로 평가한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필로폰과 일명 클럽 마약의 일종인 케타민, 마약류가 함유된 의약품 등의 적발이 급증하면서 이전 한국의 마약 청정국 이미지를 무색케 했다. 마약류가 국내에서도 일상에 뿌리 깊게 스며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관세청은 ▲마약류 위험정보 통합관리 및 활용체계 구축 ▲반입 경로별 사각지대 해소 ▲국내외 단속기관 공조 ▲단속 인프라 확대 ▲상시 점검체계 구축 및 전문성 강화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캠페인 전개 등을 6대 추진과제로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 구축은 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이다. 관세청은 올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네덜란드 등 마약 출발 상위 5개국과 마약밀수 합동단속 작전을 벌였다.
여기에 내년에는 캄보디아·라오스·캐나다·독일·프랑스 등 최근 마약밀수 우범도가 급증한 5개국을 합동단속 작전에 포함하는 일명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를 구축한다. 이들 10개국은 지난해 기준 한국 국경단계에서 적발한 전체 마약밀수 건수의 70%, 전체 중량의 83%를 차지한다.
마약판 코리안 데스크는 이들 국가 국경에 세관 직원을 상호 파견해 한국으로 향하는 우범화물과 여행자를 합동으로 분석·선별하고 집중적으로 검사해 상대국 수출 국경까지 우리 마약단속 영역으로 확장, 마약밀수 차단망을 이중으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세청은 국내 단속기관이 보유한 마약사범 정보와 민간에서 여행자·특별수송·원료물질 등 경로·품목별 정보를 입수해 단속에 활용하는 등 위험정보 통합관리 활용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또 여행자·특별수송 및 국제우편·일반 수입 화물·선박·공항만 출입자 등 마약밀수 시도 반입경로를 구분해 사각지대 없이 감시가 가능하도록 단속망에 촘촘함을 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주요 마약류의 출발 국가와 협력해 한국행 우범 여행자, 화물을 양국 국경에서 합동으로 선별·정밀 개장 검사하는 등 국제 합동단속 작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반입되지만 정작 국경단계 반입 이후에는 거래의 은밀함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경단계에서 마약류 밀반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청은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추진과제의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 단속망을 보다 촘촘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